테슬라, 배터리 내재화 속도…삼성SDI 괜찮을까
테슬라, 미국 광산업체와 니켈 구매 계약···음극재 생산도
파나소닉 약진·스텔란티스 배터리 내재화에 삼성SDI '불똥'
공개 2022-02-18 08:5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가 모델Y에 자체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발표한 이후 원료 구매 계약을 맺는 등 배터리 내재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의 장기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성SDI의 경우 북미 시장 진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향후 시장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1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 광산업체 ‘탤런메탈’과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에 대한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으로 테슬라는 탤런메탈이 미네소타주 타마락 광산에서 생산할 예정인 7만5000t 규모의 농축 니켈 등을 앞으로 6년 동안 공급받는다. 테슬라는 이 광산에서 공급받게 될 니켈을 텍사스와 네바다주 배터리 제조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채굴되는 니켈을 구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니켈을 미리 확보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배터리 업계의 과제가 된 것이다. 테슬라는 앞서 세계 최대 광산업체 호주 BHP그룹과 니켈 조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완성차 기업임과 동시에 배터리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4일에는 콜로라도강 프로젝트 LLC와 함께 ‘음극재(Cathode)’ 프로그램이란 명목으로 오스틴 공장 증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시 개발 서비스부 대변인은 “테슬라가 배터리 음극재 제조용 공장 건물·설비 확보를 위해 시 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 맞다”라고 전했다. 작년에는 국내 기업 엘앤에프(066970)와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테슬라가 이처럼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수익 증대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내년으로 추정되는 만큼 테슬라로의 배터리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등에서는 당장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테슬라가 양산을 시작한다고 해도 전 차종·전 수량에 탑재할 정도의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번에 배터리 구매 비중을 줄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실적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GM과 4차 배터리 합작 공장까지 설립이 예정돼있다는 점도 실적 감소에 대한 걱정을 줄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삼성SDI 역시 지난해 설립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과를 내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비교하면 △완성차 기업과의 합작 규모 △배터리 점유율 등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연간 430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지만, 삼성SDI는 미국의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이 건설된 후를 가정해도 60GWh 정도로 LG에너지솔루션의 14%에 그친다.
 
전영현(오른쪽) 삼성SDI 대표와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가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법인 MOU 체결 관련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스텔란티스마저 최근 배터리 자체 생산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객사 다양화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잔까를로 조제띠(Giancarlo Giorgetti)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스텔란티스가 로마 정부와 이탈리아 남부 테르몰리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조만간 체결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는 있지만 그만큼 공급도 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고객사 확보는 중요한 문제”라며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합작이나 공급 계약에서 기술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고객사 네트워크 확대의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파나소닉의 약진도 좌시할 수 없게 됐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신형 리튬이온 배터리, 이른바 ‘4680 배터리’ 생산계획을 공개했다. 지름이 46㎜, 길이가 80㎜여서 ‘4680’으로 불리는 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출력이 6배 높고 주행거리도 16~20% 길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20년 9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배터리 데이'에서 해당 배터리를 소개했는데, 파나소닉이 4680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것은 테슬라로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나소닉은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일본 와카야마현 소재 공장에서 생산한 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양산 시기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파나소닉이 내년 양산을 목표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의 대용량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규격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의 집계 결과 지난해 전기 승용차 배터리 사용량 부문에서 삼성SDI는 6위, 파나소닉은 3위를 차지했다. 파나소닉이 먼저 양산을 시작해 비중을 늘릴 경우,  삼성SDI의 테슬라로의 배터리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마존이 투자해 화제를 모은 기업이자 삼성SDI의 고객사 ‘리비안’이 지난해 11월 상장하면서 2023년 배터리 수요도 약 11GWh 규모로 예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리비안이 지난해 생산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최근에는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 대응과 증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SDI 측은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라며 "다만 기술력과 양산 시기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매출 비중이 낮아질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