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내 존재감 잃은 '적자' KB생명…이환주 대표 카드 통할까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위한 중장기 전략…긍정적 적자 평가
푸르덴셜생명·KB손보 등 계열사와 협업 통해 시너지 집중
공개 2022-02-16 08:50:00
서울 여의도 KB생명 본사. 사진/강은영 기자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KB금융(105560)지주가 지난해 금융사 최초로 '4조 클럽' 진입에 성공하며 리딩그룹으로 자리를 확고히 했지만 KB생명은 KB금융의 자회사 13곳 중 유일하게 실적 잔치에서 소외됐다. KB생명은 손실폭이 커지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함께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KB생명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물량을 확대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적자로 해석했지만 업계에서는 2년 연속 적자는 물론 그 이전에도 부진한 실적을 냈다며 KB생명의 실적 난항은 수년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KB금융도 '재무통'인 이환주 부사장을 통해 KB생명을 흑자전환시키겠다는 목표로 대표로 추천한 만큼 올해 새롭게 키를 잡게 된 이 대표이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낼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생명은 작년 한 해 4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2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작년 KB금융이 당기순이익 4조4096억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성과를 거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주 내 보험계열사들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KB생명만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한 적자를 기록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K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84.1% 늘어난 30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KB금융으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은 당기순익 3362억원을 기록하며 보험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통해 KB금융 기여도 비중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KB손보와 푸르덴셜생명의 순이익 기여도는 2020년 4.7%, 1.6%에서 작년에는 6.8%, 7.6%로 커졌다.
 
KB생명은 2년 연속 적자 기록과 관련해 지난 2020년부터 수립한 3개년 중장기 전략에 따라 발생한 긍정적인 적자라고 평가했다. 보장성보험 물량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파이를 키우겠다는 것이 KB생명이 세운 전략이다.
 
KB생명 관계자는 “전략 수립 단계에서 적자가 나올 정도로 보장성보험 목표치를 세웠는데, 이 목표를 소화하면서 판매 수수료가 많이 발생해 적자를 기록했다”라며 “올해까지는 적자가 날 수 있지만,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새 국제회계제도)이 도입되는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일반계정과 특별계정을 합한 KB생명의 초회보험료는 2433억원이다. 이 중 저축성보험이 774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31.8%)을 차지하고, 보장성보험은 147억원으로 전체 초회보험료 중 6%를 차지한다.
 
KB생명은 과거부터 저축성보험을 주로 판매했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판매 비중을 줄이고, GA(법인보험 대리점)를 통해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같은 기간 방카슈랑스를 통한 보험료 수입은 215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GA를 통한 보험료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1.9% 증가한 1738억원을 기록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KB생명이 한 지붕 형제인 푸르덴셜생명과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지주(055550)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후 작년 7월에는 신한생명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이는 금융당국이 1개 금융그룹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1개씩만 라이선스를 보유하도록 하는 ‘1사 1라이선스’ 정책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 약 2년에 걸쳐 양사 합병 과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작년 11월 보험사들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1사 1라이선스 정책을 유연화시키겠다고 밝히면서 1개 이상의 생보사와 손보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완료 후 KB생명과 합병을 준비하려 했지만, 1사 1라이선스 정책 완화 소식에 전략을 수정하고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각자 체제로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시점도 구체화하지 않았다.
 
당분간 독자 생존을 해야 하는 KB생명을 이끌어야 할 이환주 대표의 어깨는 더욱더 무거워졌다. KB금융은 작년 12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허정수 전 대표이사 뒤를 이끌 인물로 이환주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이환주 대표이사는 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CFO)을 역임하며 지주와 은행에서 재무·전략, 개인고객, 외환 등 주요 핵심 직무를 경험한 바 있다. 다만, 보험사에 대한 업무 경험이 없는 점은 우려할 부분이다.
 
KB생명은 이환주 대표이사가 올해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는 중장기 전략을 마무리하는 해인 것을 공감했고, 전략 수정 없이 보장성보험 영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보험사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략 등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대한 부분에 집중할 방침이다. 독자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는 KB금융, 계열사들과 협업을 추진하거나 이미 보유 중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K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환주 대표이사는 KB금융지주에서 재무와 영업을 관리하며 전 계열사에 대한 알고리즘을 파악하고 있어 보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라며 “KB생명의 독자적 발전보다는 KB금융 안에서 보험 계열사들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