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호 출항…막 내린 명성 되살릴까
새 수장에 'ETF 아버지' 낙점…ETF·OCIO·연금 등 패시브에 방점
AUM, 1년 새 7.85% 감소…대체투자부문 분할·점유율 확대 '과제'
공개 2022-02-14 08:55: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배재규 신임 대표를 필두로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업무가 종료되면서 ‘대형 공적기금 운용사’ 간판이 사라진 가운데 펀드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운용업계 내 존재감이 떨어진데 따른 행보다. 한때 국내 펀드시장의 사관학교로 불렸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외부인재 수혈을 통해 ‘투자명가(名家)’재건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3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수장이 바뀐 것은 전임인 조홍래 전 대표 취임 이후 7년만으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직 내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지난 1974년 국내 첫 투자신탁회사로 문을 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과거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업계 3강’이자 ‘펀드명가’로 불렸지만, KB자산운용 등 후발주자에 밀려 시장 입지가 좁아진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운용사 시장 입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운용자산(AUM) 규모는 올해 1월말 기준 61조7369억원으로 신한자산운용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순자산총액과 평가액을 더한 AUM은 전년 동기(66조9985억원) 대비 7.85% 감소한 수준으로, 삼성자산운용(293조8571억원)·미래에셋자산운용(165조9572억원)·KB자산운용(123조7691억원) AUM이 각각 2.07%, 20.03%, 20.06%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업무가 종료되며 2013년 이후 8년 만에 대형 공적기금 운용사 지위가 사라진데다 공모펀드 시장보다 직접투자와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으로 투심이 바뀐 까닭이다. 수익 효율성을 보여주는 1인당 생산성(당기순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값) 또한 작년 3분기 기준 1억원 수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8억700만원), KB자산운용(1억8600만원), 삼성자산운용(1억5200만원)과 차이가 난다.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배재규 신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배 대표의 히든카드는 ETF와 TDF, 외부위탁운용(OCIO) 중심의 ‘패시브 하우스’로의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 대표의 경우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통하기 때문이다. 앞서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 몸을 담았던 2000년대 초반, 국내 ETF 도입을 위해 금융당국을 직접 찾아다니며 첫 ETF인 ‘KODEX200’을 상장시켰다. 또 삼성자산운용을 ETF시장 1위로 키우며 ‘ETF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그는 최근 취임사를 통해 자산운용업계의 주요 변화로 △액티브에서 패시브로의 전환 △펀드에서 ETF로의 전환 △연금시장의 확대 등을 거론하며 “ETF와 TDF, OCIO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간 강점을 보였던 액티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운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배 대표의 지휘 아래 패시브 부문을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ETF시장의 부진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뼈아픈 대목인 만큼, 조직 내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02년 ‘코덱스50’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ETF시장의 포문을 열었지만, 2004년 상장 폐지되는 등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이후 킨덱스(KINDEX) 브랜드를 도입하고, 국내 시장 ETF 5종에 대한 보수를 연 0.02%로 인하하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선두주자를 따라잡기엔 아직 부족한 형국이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3개 자산운용사가 ‘톱(TOP)3’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3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사진/한투운용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0조1506억원으로 전체 ETF시장(70조7549억원)의 42.61%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5조2036억원으로 35.62%를 기록하고 있으며, KB증권(5조5853억원)은 7.89%로 3위다. 반면 업계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조2943억원으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5%에 그쳤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입장에서는 국내 ETF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비롯해 운용업계 새로운 먹거리인 연금 시장과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서의 저변확대가 시급한 셈이다. 그 일환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오는 21일까지 민간풀운영(OCIO 운용)과 기관영업, 기관솔루션 업무를 담당할 전문가를 모집하는 한편 인덱스·퀀트 등 국내 주식형을 포함해 해외형 상품을 운용하는 멀티전략본부 퀀트운용부 인력도 채용하고 있다.
 
이밖에 대체투자부문 경쟁력 제고도 배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조 전 사장 직속으로 실물대체총괄을 신설하는 등 한국투자대체운용(가칭) 설립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배 대표 또한 부동산 등 대체투자부문 확대를 바탕으로 자회사 설립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체투자운용 부문) 자회사 설립은 상반기 중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시기가 명확히 정해지지는 않았다"면서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추가적인 조직개편이나 ETF 전략 방안 등도 아직은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간담회 등을 통해 경영 비전과 사업 방향 등을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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