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플랜B 고민 중…'이천 공장' 대안 부상
현재로선 기존 부지에 생산시설 늘려 캐파 증가 계획뿐
용인은 향후 증가할 것으로 추측되는 반도체 수요 대응 차원
공개 2022-02-10 08:55: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새 공장(팹)을 구축 중인 SK하이닉스(000660)가 3년째 착공이 지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량 확대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라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도 플랜B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이천 M16공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매입, 미국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건물과 인프라 등의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자본적 지출(CAPEX)로 13조4157억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전년 보다 33.2% 증가한 금액으로 올해부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의 자본적 지출은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 완공한 M16공장이 세워지면서 지속적으로 줄어왔다. 착공 초기였던 2018년에는 16조361억원, 2019년 13조9202억원, 2020년 10조687억원으로 소폭 감소 추세를 이어왔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M16 공장은 SK하이닉스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4세대 10나노급(1a) D램 제품을 생산하면서 수년간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같은 미래 준비와 더불어 반도체 시장 분위기도 받쳐주면서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시장 호황에 힘입어 매출 42조9978억원, 영업이익 12조4103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매출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올해도 고객사의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플래시 재고 수준이 낮아지면서 실적 개선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1분기 중국 시안 봉쇄 조치는 물류 차질과 더불어 D램과 낸드 생산차질로 이어져 상반기 메모리 수급 개선과 가격의 기대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은 “생산차질은 반도체 재고가 감소되고 있는 주요 세트 고객사의 재고축적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올해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적인 서버투자와 업체들이 보유한 D램 재고감소, 메모리 공급업체들의 재고(2주 분량)가 정상을 하회하고 있어 D램 가격은 2분기 바닥을 형성한 이후 3분기부터 점진적 상승세 전환이 추정된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를 위한 방안은 설비 투자를 통한 캐파(생산능력)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SK하이닉스가 입주함에 따라 이런 기대감을 충족 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반도체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오는 2024년까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6만㎡(약 125만평)에 1조7904억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 4개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고, 단지에는 50여곳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업체가 입주한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산업단지 공사를 시작해 2024년에 1단계 공장을 착공하고 2026년에는 가동을 목표로 추진해 왔다. 문제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걸려 있는 각종 현안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 따른 인·허가와 용인시와 근접한 안성시와의 방류수 문제 등으로 시일이 소요됐고, 여기에 최근 용인 주민들과의 토지 보상금 문제로 처음 착공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진 상태다.
 
이 가운데 토지 보상과 관련해서는 SPC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는데, 주민들은 감정평가 결과에 불만을 제기하며, 감정평가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SPC도 평가사의 보상비 이상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쳐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지난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이천 M16 공장이 램프업(양산 전 생산량 확대)돼 추가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있다”라며 “용인 팹에 상당한 차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스페이스(공간) 확보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다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 M16. 사진/SK하이닉스
  
이는 설비 투자를 통한 캐파 확대로 시장 공급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보다는 반도체 부품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은 10%대, 낸드는 30%가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입주와 별개로 다른 공장 부지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SK하이닉스는 부지 이전이나 다른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같은 근거로 최근 가동에 들어간 M16 공장의 여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업계에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장에 최대 캐파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7~8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M16의 경우 아직 공간에 대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향후 5년간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로부터 EUV 노광장비 약 20대를 들여오기로 했던 만큼 M16에 이를 다 수용할 수 있을지와 지금의 4세대 10나노급을 능가하는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 부지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사실 당장의 수요증가보다는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입주를 결정했던 것이고, 향후 예정된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