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의 업종 뷰
김미희 연구원 "수소산업, 기대만큼 불확실성 커"
정책 우호도, 발전기업 평가의 중요 요소로 대두
탄소중립·안정적 전력 수급 위한 민관 협력 중요
공개 2022-02-10 08:55:00
금리 인상기 도래 속에 자금조달에 관심이 높아진 기업들이 신용도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034950)는 1983년 설립돼 기업의 금융상 채무(기업어음, 회사채 등)에 대한 적기상환 능력을 평가하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기업·사업부문의 사업성평가 등을 수행하고 있다. 총괄적인 사업성평가 서비스, 딜 관련 가치평가와 관련된 풍부한 용역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며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급하고 있다. <IB토마토>는 한국기업평가의 주요 연구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각 섹터별 국내외 전망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미래 전략 발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산업이 있다. 바로 ‘수소’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대기업 10곳이 함께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 수소 생태계 조성과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기로 했다. 서밋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도 생산·공급·운송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처럼 수소산업에 대한 기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기대만큼 불확실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수소는 차기 에너지원으로서 기대가 크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불확실성도 크다고 생각된다”라며 “세계적인 탄소중립의 흐름 속에서 기업들의 투자와 기회 선점은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시너지를 내야 비로소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견해다. 
 
김 연구원의 이처럼 신중한 분석 기조는 개별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에서도 이어진다. 김 연구원은 수소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차입부담 증가폭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특히 신용등급 하락의 고배를 마신 SK E&S에 대해 김 연구원은 “올해도 자금 소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현재 실행 중인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자구 계획의 이행 수준과 차입 부담, 투자·배당정책 변화 여부를 계속해서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 안정과 성장성 강화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춰나갈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한국기업평가에서 민자발전 부문을 담당하는 김미희 연구원은 수소뿐만 아니라 석탄·LNG·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를 통해 관련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탄소중립 기조로 에너지 대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수소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한창인 지금, 김 연구원은 미래 가치만큼이나 현재의 재무 상황 등에 집중하며 보다 객관적인 기업·채권 평가를 위해 힘쓰고 있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사진/한국기업평가
 
다음은 김미희 수석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LNG복합발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LNG발전 기업의 신용평가 전망은 어떤가? 자금 조달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까?
△신재생발전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발전시장은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LNG발전은 에너지 전환의 가교(Bridge)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듯 K-택소노미와 EU-택소노미 초안에서 LNG 발전이 포함됐다. 중기적으로 LNG 발전에 대한 정책 우호도나 자금 조달 여건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LNG 발전 역시 탄소중립 기조의 영향을 받겠지만, 기술 발전을 통해 보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석탄발전도 시나리오에 따라 2040년, 2050년 등 중단 시기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볼 때 LNG발전 역시 상당 기간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원전에 대한 논쟁도 최근 다시 뜨거워졌다. 원전 관련 기업의 재무 전망은 어떤가?
△탄소중립과 석탄발전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일치하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방향성이 상당히 엇갈린다. EU-택소노미 초안에 원자력발전이 포함되었고, 다수의 국가에서 친환경 전원으로서 원자력발전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볼 때, 국내에서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차기 정부에서는 변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원전 관련 기업의 사업 전망에는 관련 정책 기조의 변화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신재생발전이 확대됨에 따라 ESS 역시 중장기적으로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 다만 화재 등 안전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REC 가중치 축소 이후 국내 ESS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다. 향후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적 보강이 이루어지는 한편, REC 가격이 안정화되기까지 ESS 프로젝트의 경제성 확보 및 시장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ESS와 관련해서는 아직 전기차 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에 있어 예측이 쉽지 않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게 될 경우 신재생발전의 간헐성 이슈와 폐배터리의 환경오염 이슈를 동시에 보완할 수 있어 긍정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 가중치 : 신재생에너지의 친환경 정도를 평가한 수치. 신재생에너지 종류뿐만 아니라 설비 설치 환경·기술 성숙도·발전 원가·온실가스 저감효과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REC 가중치가 낮으면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얻는 수입도 줄어든다.
 
-일반 기업과는 다른 발전기업의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 등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다. 공기업들이 기존 석탄발전 대체하기 위해 LNG발전 등으로 변경하겠다고 계획을 세워도 부지 선정이 힘들어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발전소 건물뿐만 아니라 필수로 설치돼야 하는 송변전 설비 등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점도 난제다. 송변전 설비의 경우 송전탑·전선 등이 지나가는 지역이 여러 곳일 수밖에 없는데,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이 가능한 곳이 한정돼있고 전력 수요처와의 거리가 더 멀어질 수 있어 분산전원 등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다.
 
-발전기업을 평가·분석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발전업에서는 ‘정책 우호도’라는 사업성 평가 항목을 갖고 있다. 정책 우호도 항목은 경제적인 측면에 더해 환경 정책에 대한 부분도 모두 포함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금’·‘기 투자비 회수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같은 경제성에 더욱 초점을 맞춰 기업과 채권을 평가했다면 지금은 평가에 있어 환경 정책의 비중이 상당히 늘었다. 석탄화력을 예로 들면, 석탄발전소들은 사실 정산조정계수 제도 덕분에 실제 운영 실적이 나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책 우호도가 크게 악화하면서 채권 시장에서는 흥행이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정책 우호도에 더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 요소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정산조정계수 : 발전공기업이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이 어느 정도 가격으로 매입할지 정하는 값. 발전공기업의 수익을 보전해 전력난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정산조정계수 제도 도입의 목적이다. 
 
-국내 민자발전 시장과 발전기업의 과제는?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민자발전시장과 그 안에 속한 기업들의 주요 과제는 탄소중립의 정책적 목표 달성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환경 발전원으로의 전환·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성 확보 등의 노력이 요구되며, 이를 유인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 설계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