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한국투자캐피탈·DB캐피탈, 수익성 '비상'
충당금 적립 미미한 상황서 부동산 여신 부실 징후
신평사 "대손비용 관리로 우수한 수익성 유지"
공개 2022-02-09 08:55:00
한국투자캐피탈과 DB캐피탈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충당금 적립 압박을 받게 되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DB그룹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한국투자캐피탈과 DB캐피탈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충당금(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적립 압박을 받게 되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비용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관리했지만, 정반대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업계 대비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지 않아 향후 충당금 증가로 순이익 감소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기의 잠재적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여신 영업에 집중한 것으로 조사돼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12개 캐피탈사, 7개 카드사 리스크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화상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와 통화정책 정상화가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며 미래 위험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과 함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충당금 적립률이 낮고 부동산 여신 비중이 큰 캐피탈사가 집중포화를 맞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2000년대 초 카드대란 이후 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돼 대응 여력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판단되지만, 캐피탈업계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캐피탈업계는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부동산 대출을 주로 취급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캐피탈과 DB캐피탈의 경우 충당금 적립률이 미미한 데다 부동산 여신에서 부실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요주의이하자산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3분기 29.3%로 전년 동기 197.3% 대비 168%p 급락했으며 동기간 DB캐피탈 역시 15.2%로 19.7%에서 4.2%p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이들 캐피탈사와 동일하게 자산규모가 5조원 이하인 DGB캐피탈의 적립률이 48.6%로 45%에서 3.6%p 제고된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해 3분기 여타 캐피탈사의 적립률은 40% 이상으로 집계됐다.
 
 
 
금융사는 자산건전성 분류에 따라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한다. 요주의는 1개월 이상 연체 자산을 의미하며 고정이하는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자산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투자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차주의 완전자본잠식, 3년 연속 결손 발생 등으로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이 반등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19년 13.3%를 시현했던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은 2020년 0.6%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3분기 4.2%로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투자캐피탈의 영업자산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담보대출, 중도금대출 등 부동산 관련 여신이 약 90%를 구성 중이라고 보탰다.
 
한국투자캐피탈의 부동산PF 잔액은 지난해 3분기 1조2086억원으로 2019년 7209억원 대비 67.7% 불어났으며 중도금대출 잔액도 각각 1조1231억원, 6809억원으로 64.9% 늘어났다. 동기간 가계대출이 4022억원, 1413억원으로 184.6% 증가했지만, 규모면에서 부동산 여신을 압도하지 못했다. 즉 부동산 여신을 통해 자산 확대를 도모한 것이다.
 
DB캐피탈도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탓에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대출채권 중 부동산PF과 부동산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70.8%를 차지하고 있다며 해당 대출에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높아진 전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하락했으나 여전히 업계 평균을 상회 중이라고 덧붙였다.
 
DB캐피탈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19년 15.5%에서 2020년 12.4%, 지난해 3분기 11.5%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다만 차주의 현금흐름보다 가치변동 시 손실이 발생하는 담보물 처분, 자본재조정(리파이낸싱)으로 비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동기간 업계 평균 또한 각각 4.5%, 5.2%, 1%로 DB캐피탈과 견줘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수익성 측면에서 한국투자캐피탈과 DB캐피탈이 비빌 언덕은 대손비용 관리였다.
 
지난해 3분기 한국투자캐피탈의 영업이익은 1107억원으로 대손비용 축소에 힘입어 전년 동기 813억원 대비 3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손비용은 41억원, 106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을 합산한 후 대손비용을 감산한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낮은 대손부담에 기반해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DB캐피탈도 대손비용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업계 평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기평은 지난해 3분기 DB캐피탈의 대손비용 대비 총자산일평잔은 0.5%로 업계 평균 1%를 0.5%p 밑돌았다며 이러한 기조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DB캐피탈의 ROA는 2018년 1.7%로 업계 평균 2.1%를 하회했으나 2019년부터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한국투자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11조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 중”이라며 “각 여신별로 요정립액보다 미달하는 금액에 대해선 대손준비금 형태로 쌓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자산건전성 분류를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말 연체기간과 상관없이 정상은 요주의로 요주의는 고정으로 재분류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요적립액은 건전성 기준에 따라 미리 쌓아둬야 하는 충당금 규모를 뜻한다.
 
DB캐피탈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