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높은 하이브리드 의존도…건정성 해치는 부메랑 되나
4년 만에 3500억원 후순위채 발행…자본 확충 차원
대형 손보사 대비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비중 커
공개 2022-02-03 08:55:00
사진/현대해상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4년 만에 후순위채권을 발행했지만, 오히려 향후 비용 부담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 손해보험사 중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일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높은 이자 비용이 오히려 재무 건전성을 해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현대해상의 RBC(지급여력) 비율은 209.0%로 전분기 대비 12.1%p 상승했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RBC비율 변동 폭을 비교했을 때, 현대해상이 가장 우수한 개선세를 보였다. 삼성화재(000810)는 전분기 대비 7.7%p 하락한 314.7%, DB손해보험(005830)은 전분기 대비 1.8%p 개선된 213.0%를 기록했다. KB손해보험 RBC 비율은 181.8%로 전분기 대비 3.1%p 상승했고, 메리츠화재(000060)는 217.6%로 전분기 대비 4.6%p 떨어졌다.
 
현대해상 RBC 비율이 개선된 데는 후순위채 발행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대해상은 작년 5월 4년 만에 3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는 내년 도입될 IFRS17(새 국제회계제도)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실제 현대해상은 작년 초 100% 후반에 머물렀던 RBC비율을 200%까지 끌어올렸다. RBC비율은 작년 3월 말 177.5%에서 6월 말 196.8%, 9월 말 209.0%로 우상향을 기록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현대해상의 자금조달 구조를 보면, 보험사 특성상 책임준비금이 38조702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75.7%)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자기자본 4조3787억원(8.6%), 특별계정부채 4조1874억원(8.2%), 기타부채 2조1886억원(4.3%), 후순위채권 1조1530억원(2.3%), 신종자본증권 4983억원(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 손보사들의 자본조달 구조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의 비중과 규모가 작거나 없는 경우가 많은 반면, 현대해상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하이브리드 의존도가 높았다.
 
같은 기간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 자본조달 구조는 책임준비금 60조7359억원, 기타부채와 특별계정 부채가 각각 4조8199억원, 10조9846억원이다. 반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금액은 없다. 현대해상과 규모가 비슷한 DB손보는 책임준비금 35조8905억원, 기타부채와 특별계정부채가 각각 2조9294억원, 4조7397억원으로 나타났다. 후순위채는 9958억원이며, 신종자본증권 금액은 없다.
 
K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자본조달 구조도 비슷한 모습이다. KB손보는 책임준비금 31조2750억원, 기타부채와 특별계정 부채가 각각 1조6078억원, 3조 5608억원이었다. 신종자본증권 금액은 없지만, 후순위채는 3780억원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는 책임준비금 22조3953억원, 기타부채는 2조1548억원인 반면 특별계정 부채는 존재하지 않았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각각 9576억원, 1045억원이었다.
 
이처럼 높은 하이브리드 의존도는 현대해상에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녔고, 후순위채는 회계상 부채나 보험 규제에선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이들 채권은 부채는 낮게 잡히고 자본은 높게 잡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만기가 도래하면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상환해야 하므로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류두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보험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러한 자본조달이 엄밀한 의미에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한다고 보기 힘들다”라며 “지나치게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의존할 경우, 높은 이자 비용 등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하이브리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이브리드 의존도가 높아 조달 비용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운용자산과 매칭하면 비용에 대한 문제는 크게 없다”라며 “추가적인 후순위채 발행 계획은 없어 재무 건정성에 대한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