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이 찍은 ‘ESG채권’…태양광 사업 발판 되나
채권 발행 흥행하며 총 3800억원 규모 자금 조달 성공
지난해 태양광 분야 영업적자 기록한 이후 올해 전환 가능성
공개 2022-01-27 08:55: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확보된 대규모 자금을 통해 태양광 분야 투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셀·모듈의 생산시설(라인) 전환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으로 우려감이 형성되는 한화솔루션에 돌파구가 마련된 모습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이날 2750억원 규모의 제279-1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ESG채권)와 1050억원 규모의 제279-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등에 대한 채무증권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제279-1회 공모사채의 연리이자율은 2.765%로 만기는 2025년 1월 24일이며, 제279-2회 공모사채의 연리이자율은 3.029%로 만기는 2027년 1월22일이다.
  
한화큐셀 충북 진천공장. 사진/한화솔루션
 
당초 한화솔루션은 ESG채권인 3년물 1500억원과 5년물 800억원으로 총 23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3년물과 5년물 각각 6350억원, 1250억원의 자금몰이에 성공하면서 계획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총 3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공모예측이 성공한 배경으로 ESG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태양광과 수소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의 전망이 좋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ESG채권 발행을 위해 진행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의 신용평가사 평가에서도 한화솔루션의 이번 무보증 공모사채(ESG채권)의 인증평가에서 가장 높은 G1등급을 받아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부합해 활용도면에서도 우수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솔루션은 ESG채권 3년물로 조달된 자금을 통해 대형화 웨이퍼 도입과 ‘전하선택형 태양전지(TOPCon)’ 기술을 적용한 고효율 셀·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며, 5년물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의 큐셀부문 국내 사업부는 충청북도에 위치한 진천 사업장과 음성 사업장 생산설비(라인)로 진천 사업장(1동)은 연 2.9GW 용량의 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동은 셀 4.5GW, 모듈 1.6GW 등 단일공장 기준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로 M6 셀 2.3GW, M6 셀 적용 모듈 3.1GW 용량의 생산설비 개조에 나서며, M10 셀 2.3GW, M10 셀 적용 모듈 3.0GW 용량의 생산라인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화솔루션의 셀과 모듈 생산능력은 연간 각각 7.1GW, 9.3GW 규모로, 전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시장에서 각각 4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발전 누적 설비 용량. 사진/나이스신용평가
 
특히 태양전지를 만들기 전 단계인 웨이퍼는 현재 ‘퍼크셀(PERC)’ 방식이 글로벌 태양광 전지 모듈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화솔루션이 적용하는 TOPCon은 기존 PERC 방식의 웨이퍼보다 발전 효율이 약 25%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꼽히는 만큼 향후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TOPCon은 상대적으로 복잡한 공정과 비싼 원가가 걸림돌로 작용해 그간 기업들은 비교적 제작 공정이 단순한 PERC를 사용해 왔다.
 
한화솔루션의 기존 M6 셀 직경은 223mm로 출력 수준이 6.3Wp에 그치지만, 투입 설비에 따라 생산하는 M10 셀 직경은 281mm로 출력 수준이 7.6Wp으로 확장된다. 이는 대형 웨이퍼 생산으로 전환됨에 따라 모듈의 출력을 높일 수 있고 제조 비용도 절감돼 향후 시장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2021년 기준 글로벌 웨이퍼 총 생산용량 270GW로 이 가운데 중국은 96%(259GW)를 점유하고 있어 중국이 채용하고 있는 대면적 웨이퍼 생산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큐셀 부문이 지난해 3분기 누적 17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률이 –0.2%로 전환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3분기에는 –11.6%까지 떨어져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감소와 웨이퍼 및 물류비 부담이 가중된 영향으로 지난 4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태양전지 모듈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해 큰 폭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0년 초 ㎏당 8달러에서 지난해 말 36달러까지 올랐는데, 미국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산 폴리실리콘 사용을 규제하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증가하면서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2년 글로벌 태양광전지 설치 수요는 214GW로 예상되는데 폴리실리콘 60만t이 필요하다”라며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59만t 수준으로 올해 말 70만t 설비가 확충될 것으로 전망돼 연말로 갈수록 폴리실리콘 가격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영업이익 추이. 사진/한화솔루션
 
또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여건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3.4% 수준인 태양광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최대 40%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관련 제품(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에 세제 혜택을 주는 태양광 산업 육성 법안(SEMA)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 내 전체 모듈 생산량의 6.2GW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공장을 100% 가동할 경우 연 1400억원 규모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에 ESG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자금 조달이 잘 이뤄졌다”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원자재 가격이 아직 높고, 코로나19 등 시장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이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