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달리는데…SK렌터카, 1등에 치이는 '만년 2등'
업계 1위 롯데렌탈, 차량 구매 위한 회사채 발행 대흥행
SK렌터카 3분기 영업이익, 증권사 추정치보다 14% 적어
단기성차입금, 현금성자산의 20배···잉여현금흐름도 적자
공개 2022-01-26 00: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렌터카 업계 양대 산맥인 롯데렌탈(089860)(롯데렌터카)과 SK렌터카(068400)가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롯데렌탈은 전기·수소차 추가 구매를 예고하며 렌트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굳히고 있는 반면 SK렌터카는 상대적으로 실적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재무 상태도 불안한 상황이어서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렌탈은 18일 공모채 25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915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회사채는 3년·5년물 1000억원·7년물 500억원으로 구성됐는데, 3년물에 5930억원·5년물에 2220억원·7년물에 10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수요예측 흥행으로 롯데렌탈은 최대 5000억원이었던 증액 한도를 손쉽게 채울 수 있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량 ESG채권으로 발행하는 데다 신용등급이 ‘AA-/안정적’이고, ‘부동의 1위’인 시장 지위 덕에 수요예측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렌탈이 이번 채권을 전량 ESG채권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여러기업이 채무 상환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과는 달리 전기·수소차 구매를 목적으로 삼은 덕분이다. 롯데렌탈은 자금 활용 목적에 대해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에서 친환경 자동차를 구매하는 데에 활용’이라고 공시했다.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렌터카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본격적인 외형 확대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점유율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의 렌터카 동향 분석을 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국내 렌터카는 99만7176대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도보다 7.7%가량 증가했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2018년 75만1225대, 2019년 85만5368대, 2020년 92만5899대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신규 등록 렌터카 수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 역시 전년도보다 4.2% 이상 증가했다. 롯데렌탈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작년 9월 기준 21.6%로, 지난 2010년 이후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제는 2위인 SK렌터카다. SK렌터카의 경우 순위로는 2위이지만, 점유율로 따지면 12.7%로 1위인 롯데렌탈과 10%가량 차이가 난다. 실적 성장 역시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렌터카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5.78% 늘었지만, 증권사 추정치보다는 약 14% 적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38.56% 증가하며 선전하긴 했지만, 증권업계의 기대치에 비하면 15.72% 작았다. 반면 롯데렌탈은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23.3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3.68% 늘었다. 롯데렌탈의 실적도 증권사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추정치보다 영업이익은 5.2%·당기순이익은 2.02% 낮아 실망감이 적었다.  
 
 
SK렌터카의 경우 재무안정성도 아쉬운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집계 결과 SK렌터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의존도는 69.2%, 순차입금의존도 68.1%로 건전성 기준인 30%를 크게 웃돌고 있다. 부채비율도 안전권 기준인 300%를 126% 포인트 초과한 426%를 기록 중이다. 롯데렌탈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409%, 총차입금의존도와 순차입금의존도가 각각 65.6%·61.8%로 높은 수준이지만 SK렌터카보다는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더욱 차이가 난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경우 롯데렌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72억원, SK렌터카는 –816억원을 기록했다.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차입금도 SK렌터카의 경우 현금성자산의 20배 수준인 5399억원에 달한다. 추가 자금 조달 없이는 채무상환도, 설비와 차량 등에 대한 투자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SK렌터카 측은 이에 대해 "기존 회사채 만기가 5월로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전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일반 공모채와 녹색채권 등 다각도로 조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렌탈은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이 1조7461억원에 달했지만, 현금성자산이 2380억원으로 단기성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의 7배 정도다. 양사 모두 대기업 계열사로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크고, 렌터카 업체인 만큼 유형자산 규모가 커 당장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형자산 규모를 비교하면 롯데렌탈이 4조3557억원으로 2조3000억원을 기록한 SK렌터카를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시장 전망이 밝아 SK렌터카도 성장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롯데렌탈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을 통한 외형 확대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