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로 놓인 대우조선해양, 버틸 수 있을까
조선업 수주 늘고 있지만 부채 높아 매각 전망은 불투명
산업은행 이달 중 매각 포함한 의사결정 내놓을 전망
공개 2022-01-24 08:55: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3년을 걸쳐 끌어왔던 대우조선해양(042660) 매각이 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깊어진다.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재무적 지원 없이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내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험로를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2151억원, 영업손실 467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매출(1조6648억원)은 27%가 줄고, 영업손실은 지속되면서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66.7%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297.3%로 대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6752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은 사라진지 오래고 결손금만 6256억원에 달해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발행한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B) 등을 포함하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4000%대로 치솟는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329180)그룹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이 추진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이 불발되면서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에 대한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지원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EU의 결합 반대로 매각이 취소됨에 따라 재무지원이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에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한국조선해양은 다시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추가로 1조원의 자금 지원도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수 불발로 자금 지원 여력이 끊기게 된 것이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아졌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의 신용평가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신용 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현재 BBB-인 신용 등급이 A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낮아져 향후 회사채 발행에서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한 탓이 크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 결합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반독점 거부권을 행사해 인수합병을 불승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55.7%)인 산업은행은 원점으로 돌아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EU의 불승인 결정 이후 정부와 산업은행은 재매각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활발하게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토대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달 중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종합적인 입장을 정리해 간담회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다만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포스코(005490), 한화(000880), 효성(004800)그룹, SM그룹 등을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꼽았는데, 이들 모두 인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미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삼성중공업(010140)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독과점 이슈로 입수합병이 거부된 만큼 같은 업종보다는 기업 규모와 자금력, 시너지 효과 등이 있는 기업이 인수 후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기업들의 경우 조선업보다는 친환경, 에너지 등의 신사업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당장 조선업 시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주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 2018년까지 조선업계는 저가 수주경쟁과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떠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업황 회복에도 대우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는 채무를 부담할 만한 기업들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진행사항. 사진/한국기업평가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의 전체 물량인 61척 중 15척을 수주하며 약 25%를 가져오는 수주 성과를 올렸다. 여기에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선박 수주량은 약 20%로, 이 중 16%의 잔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나 3년간의 수주물량은 확보한 상태다. 수주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부채가 많다 보니 실적과 별개로 당장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해도 1조318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해 재무안정성을 도모해야 하지만 국내기업 중에는 현재까지 나서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매각을 추진하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도 쉽지만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LNG선 설계 등 핵심 기술을 비롯해 군함이나 잠수함의 설계 등이 방산사업으로 묶여 있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방산 사업부문을 분리한 후 해외 매각을 시도해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크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이 국내에서 인수 후보군을 발굴할 때까지는 최소한의 독자생존으로 버텨내야 하는데,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당장은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대출 상환을 올해 말까지 유예해 줘 시간은 벌어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외에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국내 기업들 가운데 매각 대상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조선해양과는 다른 조건을 제시해야 새로운 인수 후보자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단순히 조선업종으로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분야로 매각 대상을 넓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