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매각 제동…지원 부담에 신음하는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KDB생명에 투입된 공적자금 8조원 이상
과거 구조조정기업 손상차손으로 부진한 실적 기록
공개 2022-01-25 08:55:00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KDB생명보험 매각 제동에 신음하고 있다. 사진/KDB산업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042660)과 KDB생명보험 매각에 제동이 걸리며 신음하고 있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지원 프로그램 참여가 예정돼있는 데다 수익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지원 부담까지 덜어내지 못해서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기업 주식을 포함한 유가증권 비중이 높은 탓에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높은 수익 변동성을 감내하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산업은행이 추진하던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009540)의 기업결합이 무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LNG 선박 시장 독점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기업결합을 진행할 때 주요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인수 주체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LNG선 시장 점유율이 60%까지 치솟는다. 14일 한국조선해양은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에도 제동이 걸렸다. KDB생명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칸서스자산운용이 인수 주체인 사모투자펀드(PEF) JC파트너스와 산업은행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11일 법원에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SPA 효력이 상실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SPA 계약시한을 지난해 말에서 이달 말로 연장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 부담은 산업은행이 고스란히 짊어진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2016년 산업은행은 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KDB생명에 그간 들어간 공적자금 역시 1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2019년부터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했으며 KDB생명의 경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타진했으나 모두 불발에 그쳤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KDB생명 지분을 각각 55.7%, 92.8% 보유 중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자회사의 손상차손으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전례가 있으며 열위한 수익성을 기록 중이다. 산업은행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지엠 등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하며 44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 동기 2조5098억원 대비 82.2% 후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2020년에는 4875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이 9.4% 소폭 개선됐으나 순이자순익·파생상품 관련 순익 증가 등이 주된 이유였다. 오히려 KDB생명 관련 지분매각 손상차손 1763억원, 대우건설(047040) 등 주요 종속기업의 손상차손이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의 수익성은 여타 은행과 비교해 부진하다. 순이자마진(NIM) 제고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이자이익이 늘어났고 총자산순익률(ROA)도 개선됐지만, 시중은행 평균을 밑돌았다. 산업은행의 ROA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0.2%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0.3%로 소폭 개선됐으나 시중은행 평균은 2019년 0.6%, 2020년 0.5%, 지난해 3분기 0.6%를 가리켰다. 동기간 NIM도 산업은행은 0.5%~0.7%, 시중은행 평균은 1.5%~1.7% 수준을 보였다.
 
 
여기에 신용평가 업계까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기업 매각 진행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한 터였다. 앞서 신용평가 업계는 산업은행에 대해 유가증권 시장 변화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분기 산업은행의 유가증권 규모는 83조3000억원으로 총자산의 30%를 나타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코로나19 피해업종 지원 등 정책기능 수행의 주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우조선해양 관련 입장은 이달 안에 열리는 간담회에서 밝힐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KDB생명 사례는 현재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 중이므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정례회의에서 KDB생명의 대주주 적격 심사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통상 대주주 적격 심사가 2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달 심사 통과는 어려워진 셈이다. 일부에선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가 투자 법상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SPA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