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녹색?…두산중공업, 낭보에 미소 짓지만 '곳곳에 복병'
강수 두는 한수원,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강조한 설명 자료 국회에 제출
두산중공업, 국내 1위 원전 시공사···한수원 원전 수주 직접 수혜
EU 녹색 분류 체계, 아직 미확정···대선 주자 별 원전 입장도 주목
공개 2022-01-20 08:55: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연초부터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 발전(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목소리를 키우며 에너지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원전을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 일부 국가들에서 원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의 이 같은 기조가 원전을 짓고 관리하는 두산중공업(034020)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EU 녹색 분류 체계가 초안인 만큼 거센 반대 속에 확정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일 뿐 아니라, 대선 등의 변수도 있어 두산중공업에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4일 ‘원전은 과학적으로 안전하고 저렴한 전력 공급원’이라는 요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한수원은 답변서를 통해 “원전 운영의 핵심 가치는 안전”이라며 “국내 원전은 40년 넘는 세월 동안 한차례 사고도 없이 운영되며 값싸고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에 기여해왔다”라고 강조했다. 지진 우려에 대해서도 “국내 원전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부지 반경 320km 이내 부지 조사를 통해 발생 가능한 최대지진력을 산정하고, 이에 안전 여유를 더해 내진 설계해 지진으로부터 충분히 안전하다”라고 반박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이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원전 발생 방사선은 (건강 검진 목적의) 엑스레이 촬영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라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정반대되는 의견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가지고 있고, (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하는 등 친원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원전은 탄소배출이 매우 적은 초저탄소 전원”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이처럼 목소리를 내는 배경으로 ‘탄소중립 기조로 인한 원전의 중요성 대두’를 꼽는다. EU의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31일,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녹색 분류 체계(Green Taxonomy,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회원국에 전달했다. 원전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한때 ‘탈원전’을 추진했지만, 신규 원전 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1월 신규 원자로 건설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해 열린 세계원자력박람회에서 “원자력은 2050년 프랑스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탄소배출 없이 전기를 늘리고 싶다면, 원자로를 늘려야 한다”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 발전소 조감도. 자료/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 측은 “정부의 기조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한수원의 적극적인 원전 홍보가 두산중공업(034020) 등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기업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수원의 원전 프로젝트에 두산중공업이 대부분 시공사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목소리를 내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바뀌거나 누그러질 경우, 두산중공업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는 4월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이집트 엘디바 원전 2차 건설사업 부문의 경우 전체 계약 규모가 수조원대로 알려졌는데, 두산중공업이 시공을 담당할 예정이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현재 두코바니 지역에 1200메가와트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 중인 체코 정부는 이달 말까지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등 3개국 공급사를 대상으로 안보 평가를 마치고 다음 달 입찰안내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체코 정부가 최대 3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한수원이 입찰에 성공한다면 두산중공업의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대한 투자를 확정 지었다는 점도 두산중공업에는 호재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7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제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22∼2026)’을 확정하고, 향후 5년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과 원전 수출·해체 등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환경부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소형모듈원전(SMR)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한수원과 함께 SMR 개발을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9년과 2020년 SMR 분야 1위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에 총 1억4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엑스에너지가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SMR 제작 설계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재에도 복병은 있다. EU의 녹색 분류 체계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과 룩셈부르크·포르투갈·덴마크·오스트리아는 작년 11월, 원전을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하는 것이 분류 체계의 완전성, 신뢰성 그리고 그에 따른 유용성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것을 우려한다”라고 강조했다. 독일 경제 장관은 EU의 결정을 ‘그린워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EU의 녹색 분류 체계는 이달 안으로 정식 발표될 예정인데, 독일 등 회원국의 이처럼 강한 반대에 수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전이 포함된 채 최종안이 발표되더라도 과반 국가가 동의할 경우, 최종안이 거부될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하고 원전 수출을 통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대선 주자의 원전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현재 40.6%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친원전’파다. 윤 후보는 최근 발표한 경남 10대 공약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져가는 경남의 원전산업을 되살리고 세계 최고의 한국형 원전산업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겠다”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원전산업을 정상화하겠다”라고 밝혔다. 12.9%로 지지율 3위를 기록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원전에 우호적이다. 안 후보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은 원전”이라며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고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반면 36.7%로 지지율 2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다만 소형원자로의 경우 건설 참여는 미정이지만 연구 참여와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발전 시장의 경우 국내외 정부의 기조 등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최근에는 한수원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며 목소리를 내고 있고, SMR 관련 투자도 확정된 만큼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 기업이 부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