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먹튀 쇼크' 카카오페이…스스로 몸값 '꼭지' 인정한 셈
주주, 신원근 내정자 진정성도 의심
크루유니언 "신뢰회복위원회 구성 거부하면 추가 입장 내놓을 것"
공개 2022-01-19 08:55:00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스스로 기업가치가 역사적 고점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카카오페이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카카오페이(377300) 경영진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스스로 기업가치가 역사적 고점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기업가치 저평가 신호 효과를, 반대로 자사주 매각은 회사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금융서비스 출시를 앞둘 정도로 신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를 저버렸다는 의견도 개진되며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0일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를 비롯한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 이들은 주당 5000원에 매수한 주식을 20만4017원에 팔아치우며 총 87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투자자들은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수많은 주주들은 카카오페이 스스로 몸값이 꼭지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기업공개(IPO)를 앞둔 지난해 7월 상장 후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는 경영진의 약속은 어디 간 것이냐고 반문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SK증권(001510)은 카카오페이의 적정 시가총액을 27조3681억원으로 책정했다. 또 고평가 논란이 있지만,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플랫폼 기업은 매출이 증가하면서 기업가치 또한 제고되는 특징이 있다며 네이버(NAVER(035420))와 다음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시가총액이 25조8419억원을 기록한 시점에서 주식을 처분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의 시총은 이주 들어 20조원 아래로 떨어졌으며 14일 18조9252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만에 기업가치가 7조원가량 하락한 셈이다.
 
 
특히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가 지난 4일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보유 주식 매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불을 지피는 꼴이 됐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매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아서다. 주주들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선 카카오페이의 경우 증권, 보험 등으로의 확장이 임박한 상황이라며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보탰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달 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를 예고했으며 디지털손해보험사인 카카오페이보험은 지난해 12월 당국에 본인가를 신청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인 크루유니언과의 마찰 가능성도 남아있다. 14일 크루유니언은 노사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신뢰회복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며 거부할 경우 경영진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놓겠다고 엄포를 놨다.
 
크루유니언은 지난 6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카카오 최고경영자(CEO) 내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으며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일 류 대표가 카카오 CEO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크루유니언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장 이후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금융서비스 출시가 이어지는 등 신뢰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대내외 신뢰 회복을 위해 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해 3분기 카카오페이의 영업손실은 연결기준 10억1700만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8억8600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은 1149억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페이는 적자 이유로 전반적으로 상승한 영업비용을 꼽았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해 질의했으나 카카오페이 측은 모든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한편,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 철학을 내세우며 국내기업 처음으로 ‘100% 균등배분’ 청약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공모 청약 건수는 182만4365건을 기록하며 현대중공업(329180)(171만건), 카카오뱅크(323410)(186만건) 못지않은 흥행을 거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