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NFT가 수익원 될까···IPO 위한 '몸값 띄우기' 본격화
카카오엔터, 웹툰 IP 나혼렙·공작부인 NFT 발행 예정
규모만으로는 상장·주가 상승 쉽지 않아···NFT로 새 수익원 마련
공개 2022-01-14 09:1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본격적으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인기 웹툰과 웹툰 관련 상품의 NFT를 발행하기로 하며 새로운 수익구조 마련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올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의 콘텐츠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0일 웹툰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빈껍데기 공작부인’을 ‘제너러티브’ 웹툰 NFT로 구현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오는 22일 NFT 제너러티브 아트 전문 프로젝트인 ‘트레져스클럽’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빈껍데기 공작부인 NFT 콜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트레져스클럽은 카카오의 암호 화폐인 클레이튼(Klaytn)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NFT ‘제너러티브 아트’ 전문 프로젝트로, 최근 영화 ‘특송’의 NFT를 1초 만에 완판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란 컴퓨터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무작위로 조합해 작품을 만드는 디지털 아트의 일종이다. 특정 조건으로 설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다양한 조합의 창작물이 생성된다. 웹툰이 제너러티브 아트 NFT로 발행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빈껍데기 공작부인’은 진세하 작가의 동명 원작 웹소설을 한진서 작가가 웹툰으로 재탄생시킨 카카오페이지 노블코믹스 작품이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독특한 소재는 물론, 화려한 작화로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누적 조회수 약 1억1000만뷰(웹툰+웹소설 합산)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IP다.
 
NFT 판매는 별도로 안내되는 웹사이트를 통해 오는 22일 22시에 사전판매를 시작하며, 이어 23일 22시에 본 판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2차 거래는 글로벌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opensea)’를 통해 이뤄진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는 빈껍데기 공작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142억뷰를 기록한 슈퍼 웹툰 IP ‘나 혼자만 레벨업’(원작 추공, 각색 현군, 그림 장성락(REDICE STUDIO), (주)디앤씨웹툰비즈) NFT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NFT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운영하는 한정판 디지털 작품 유통 서비스 ‘클립 드롭스(Klip Drops)’를 통해 12일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판매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나 혼자만 레벨업’ 관련 NFT는 메인과 서브 총 두 작품으로, 이들 모두 한정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됐다. 메인 작품 NFT는 총 100개가 발행되며, 한 작품당 암호 화폐 클레이(KLAY) 500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서브 작품의 NFT는 작품당 100 클레이 코인으로, 총 200개가 발행된다. 나혼렙 NFT 구매자는 해당 NFT를 클립 드롭스 내 마켓에서 다른 고객들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가 NFT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하반기 있을 상장에 대비하는 행보라는 의견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거대한 콘텐츠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규모만으로 상장과 상장 후 주가 상승을 단정할 수는 없는 시대”라며 “카카오엔터도 이에 대비한 수익 구조 다양화 차원에서 NFT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결합해 출범한 기업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멜론컴퍼니와 합병했고, 카카오TV 오리지널 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해 로고스필름·바람픽쳐스·영화사 월광 등 6곳의 영화·드라마 제작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BH엔터테인먼트·매니지먼트 숲·킹콩 by 스타쉽·제이와이드·어썸이엔티·VAST엔터테인먼트 등 배우 매니지먼트 6곳과 스타쉽·크래커·플레이엠·플렉스엠엔터테인먼트 등 음악 기획사 4곳도 산하에 두고 있다. 설립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올해 매출은 1조5500억원·영업이익은 15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처럼 콘텐츠가 다양하다 하더라도, 방송사와 통신사·OTT 등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콘텐츠 사업에 막대한 자본을 들이며 뛰어들고 있어 IP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넷마블(251270) 자회사 ‘넷마블네오’는 ‘리니지2 레볼루션’·‘제2의 나라’ 등 게임 IP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수익 저하와 시장 경색 등으로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같은 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시몬느와 SM상선 역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해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따라서 IP를 비롯한 재원을 가지고 있는 것만이 아닌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로서 카카오엔터가 선택한 것이 NFT라는 해석이다.
 
NFT게임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의 캐릭터 엔젤(ANGEL). 우리돈 약 13억원에 거래됐다. 사진/AXIE INFINITY 홈페이지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풀이되는 NFT는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이다. NFT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매겨 차별화를 만든다. 쉽게 말해 ‘한정판’의 일종이다. 발매가 중지된 운동화나 콘솔 게임, 한정판 제품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것을 보면 NFT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작년 한 NFT 게임 캐릭터의 경우 우리돈 13억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역시 이번에 개최된 CES2022에서 NFT 기술을 접목한 TV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NFT를 구매할 수 있는 카카오의 암호화폐 클레이코인은 1월11일 18시 기준 1코인당 우리돈 1590원대이다. 이를 고려해 나 혼자만 레벨업 메인 작품 NFT의 가격인 500코인을 환산하면 약 79만5000원이다. 서브 작품 NFT의 가격은 약 15만9000원. 카카오엔터가 메인 작품 100개, 서브작품 200개를 모두 판매할 경우 얻는 수익은 1억1130만원이다. 판매량이 적은 만큼 큰 액수는 아니지만, 흥행에 성공한다면 NFT를 주요 수익원의 하나로 정착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콘텐츠 기업들이 갖지 못한 새로운 수익 구조로 기업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카카오엔터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0조~12조원 수준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0월 계열사 대표들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보통주 1주당 가격을 25만5116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평가한 지분 가치가 약 10조1000억원이다. 장외 기업가치는 이미 2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카카오엔터가 NFT를 활용한 수익 실현에 성공한다면 몸값은 이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자사 IP와 NFT,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창작자들의 예술적 지평과 수익 창출 판로를 넓히겠다”라며 “개별 IP 생애주기를 크게 늘림과 동시에 산업 규모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T업계 관계자는 “NFT 사업은 IP와 플랫폼·블록체인의 3요소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카카오엔터는 이를 이미 충족하고 있다”라며 “강력한 라이벌인 네이버의 견제가 있겠지만, 카카오엔터는 웹툰 이외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