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규제 임박…LG유플러스, 통신3사 중 가장 큰 타격 불가피
과기부 제재 시 IOT 회선만 늘릴 수 있어 곤욕
일각에선 알뜰폰 규제로 시장 성장 저해 우려도
공개 2022-01-14 09:1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알뜰폰 가입자 1천만 시대가 도래하며 외형성장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뜰폰 업체의 성장이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의 자회사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는 산정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인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점유율 규제가 내려진다면 가장 많은 알뜰폰 가입자가 있는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사진/뉴시스
 
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는 총 7256만명으로 이 중 알뜰폰(MVNO)이 1013만명을 넘어서며 14%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보다 1.4% 증가한 수준으로 같은 기간 0.6% 증가에 그친 이통사의 두배다.
 
이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맞물려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사실상 같은 통신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통신비를 아끼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이통 3사의 통신망을 도매가격으로 빌리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편의점이나 우체국 등을 통해 중소형 알뜰폰 업체의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알뜰폰이 성장한 배경에는 기존 중소형 알뜰폰 업체 외에도 주요 통신사들의 자회사가 진출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한 부분이 크다는 데 있다. 이통 3사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정부는 일정 부분 규제를 두고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허가해줬다. 대표적으로 결합판매 제한, 모회사의 마케팅비 이용 금지 등이다. 이후 2012년 SK텔레콤 계열의 SK텔링크, 2014년 KT계열의 KT엠모바일과 LG유플러스의 미디어로그 등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 3사 자회사·계열사의 합산 점유율 상한선을 전체 알뜰폰 시장 규모의 50%로 정하고 이를 넘기면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도록 했지만, 변수가 생겼다. 알뜰폰 회선을 활용하는 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이 증가하면서 휴대전화 가입자가 줄어들어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 현황. 사진/KTOA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윈회 양정숙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이통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이동통신 점유율이 49.9%에 달했다. 사실상 올해 1월에는 5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일부 IoT 회선만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났고, 알뜰폰 가입자에는 스마트워치, 태블릿PC, 자동차 등 IoT 디바이스를 온라인에 연결하는 통신회선이 포함돼 있어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말 기준 알뜰폰 IoT 회선은 386만여개로 알뜰폰 전체 가입자 중 약 40%에 달한다.
 
최근 자율주행을 비롯해 기기간 통신을 돕는 커넥티드 서비스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현대차(005380) 등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나 차량용 블랙박스 업체들은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점유율은 32%에 그쳐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고, 정부에서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점유율 산정 방식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점유율 산정 방식이 휴대전화 서비스에 국한될 경우 알뜰폰 가입자가 많은 LG유플러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엠모바일이 99만4000건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가장 많지만, 통신 3사의 자회사를 통합하면 LG유플러스 계열의 미디어로그가 71만8000건, LG헬로비전(037560) 65만9000건의 회선을 보유해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가운데 SK텔링크는 68만1000건을 보유하고 있는데, IoT 회선만 9만2000건으로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회선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LG헬로비전이 5만6000건에 달했고,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은 1만 건 수준에 그쳤다. 이는 커넥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SK의 브랜드 파워를 믿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LG헬로비전 MVNO 매출 추이. 사진/LG헬로비전
 
결국 점유율 규제가 도입되면 알뜰폰 가입자가 많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더 이상 가입자 확대가 어려워지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IoT 회선 증가에 나서야 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매출 부분에 있어서 휴대전화 가입자를 확보해야 매출이 늘어나고, IoT 회선은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는다”라며 “사실상 IoT 서비스는 대부분 B2B사업으로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어 실제 통신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선 휴대전화 가입자의 증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IoT 회선은 기업과의 제휴 관계에 그치지 않아 실질적인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가 중요하다. LG유플러스의 계열사인 LG헬로비전의 지난해 3분기 MVNO 통신 서비스 매출은 1144억원을 기록했고,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는 3분기에 180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다만 알뜰폰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통 3사에 대한 인위적인 규제 강화는 오히려 알뜰폰 시장 확대에 저해된다는 의견도 있다. 경쟁 활성화를 통한 가계 통신비 인하가 정책적 목표지만, 주요 이통사의 참여가 없다면 중소형 알뜰폰 업체들까지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MVNO 파트너스 등을 통해 중소 알뜰폰 업체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하면서 동반성장을 이끌어 왔다”라며 “반면 점유율 규제로 더 이상 시장 확대에 나설 수 없게 되면 기존에 중소사에 제공하던 혜택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전반적으로 알뜰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