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상위권 타이틀 무색…수익성 꼴찌에 건전성까지 이중고
자산 규모 크지만…중하위권 수준 영업이익
계열사 채권 매각 중단…자산건전성 관리 발목
공개 2022-01-13 09:10:00
현대카드 본사. 사진/강은영 기자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현대카드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면에서 크게 밀리며 상위권 카드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영업이익은 중하위권 카드사 수준에 머물고 수익성 지표는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데다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는 부실채권의 계열사 매각이 중단돼 자산건전성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되는 등 구조적 업황까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작년 9월 말 누적 기준 영업이익 30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수준이다. ROA(총자산이익률)은 1.8%로 전년 동기 대비 0.2%p 하락했다.
 
다른 카드사들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현대카드는 영업이익이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작년 9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7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었고, 삼성카드(029780)는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한 5734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도 50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7.0% 늘었다.
 
중하위권사도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우리카드는 23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6.6% 늘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6.2%, 72.3% 증가한 2301억원, 2708억원을 기록했다.
 
또, 주요 수익성 지표인 ROA도 전업카드사 7곳 중에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한카드 2.0% △삼성카드 2.2% △국민카드 1.9% △우리카드 1.9% △롯데카드 1.8% △하나카드 2.9% 등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타 카드사 대비 영업이익이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디지털 사업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인프라에 투자했다”라며 “비용 지출이 많다 보니 수치상 영업이익이 많이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020년 3분기부터 현대캐피탈로 개인 연체 채권 매각이 중단되면서 자산건전성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부실채권 발생 시, 계열사나 신용평가사 등에 채권을 매각하기보다는 일정 유효 기간을 두고 추심을 진행한다. 장기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위탁을 통해 추심을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현대카드는 특정조건을 충족하는 부실채권을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 주기적으로 매각하면서 자산 건전성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금융기관의 연체 채권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리면서,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을 통한 매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대카드의 자산 건전성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채권 매각이 중단된 후 2020년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로 전년 말 대비 0.6%p 상승했다. 30일 이상 연체율도 1.6%로 전년 말 대비 0.7%p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업계 평균인 1.1%, 1.3% 높은 수준이다.
 
현대카드는 효율성 측면에서 현대캐피탈로 연체 채권을 매각해왔지만,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작년 초부터 자체적으로 조직을 신설해 새로운 방식으로 연체 채권을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작년 9월 말 기준 현대카드의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30일 이상 연체율 모두 1.1%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현대카드는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올해 신용카드 업황은 순탄치만은 않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4~5% 수준에서 관리하도록 주문하며 가계부채 규제를 강화하고,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출에 카드론을 포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출성 카드이용실적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가맹점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카드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가맹점수수료와 카드론 수익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작년 9월 말 기준 전체 카드 수익 1조7888억원 중 가맹점수수료가 6641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37.1%)을 차지한다. 이어 카드론 수익은 4549억원으로 전체 카드 수익의 25.4%로 두 번째로 크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사업을 강화하면서 회원 수가 1000만을 돌파하는 등 사업적으로 긍정적인 성장을 보인다”라며 “디지털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질적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