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배터리 브랜드 출범 속내는?…분할 대신한 선택
작년 12월29일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 출범
'삼성' 이름 있는데 새 브랜드 출시···공격적 영업 위한 전략
배터리 사업 비중 80%···회사 분할 어려운 상황서 최선의 선택
공개 2022-01-10 09:1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새 수장을 맞이한 삼성SDI(006400)가 새로운 배터리 브랜드까지 출시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회사 분할 대신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해, 더욱 공격적인 영업과 네트워크·자금 유치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29일 배터리 브랜드 PRiMX(프라이맥스)를 공개했다. PRiMX는 ‘Prime Battery for Maximum Experience’를 줄인 것으로, ‘최고 품질의 배터리로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한다’라는 의미다.
 
PRiMX 브랜드에 담긴 핵심 키워드는 △최고 안전성을 보유한 품질(Absolute Quality) △초격차 고에너지 기술(Outstanding Performance) △초고속 충전과 초장수명 기술(Proven Advantage)' 등 세 가지다. 삼성SDI는 국내와 유럽 등에 PRiMX 브랜드의 상표 등록을 마쳤고, 미국 상표 등록도 앞두고 있다. PRiMX 브랜드 전용 홈페이지까지 개설한 삼성SDI는 현재 생산 중인 모든 배터리에 새 브랜드를 적용할 방침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 마케팅팀 부사장은 브랜드 출시 배경에 대해 “삼성SDI만의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를 통해 초격차 기술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새 브랜드를 내놓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TV·스마트폰 등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삼성’이라는 이름이 1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LG화학(051910))·SK온(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 중 생산능력이 가장 작은 곳이 삼성SDI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해외 생산기지 증설 등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연간 430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SK온 역시 220GWh의 연간 생산량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40GWh에 그치고 있으며,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이 건설된 후를 가정해도 60GWh 정도로 LG에너지솔루션의 14%에 불과하다.
 
 
최윤호 신임 사장은 취임 후 소통 간담회와 신년사에서 모두 ‘1등’을 강조했다. “확고한 기술 경쟁력과 품질을 통해 1등으로 도약해야 한다”라는 것이 최 사장의 주문이었다. 그러나 생산능력·매출·점유율 등 많은 부분에서 아직 1등과의 격차가 큰 상황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기 승용차 배터리 사용량 부문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6위를 기록했다. 1등은 CATL, 2등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1위와의 격차는 24.2%포인트, 2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도 17.4%포인트 차이가 난다. 
 
 
삼성SDI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과는 달리 전지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배터리 제조 기업이기 때문에 배터리 부문을 따로 분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경우 현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배터리 사업부 독립 없이 회사 분할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모색했을 것”이라며 “그 결과물이 새로운 브랜드 출범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배터리 브랜드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배터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 9월 회사 분할을 밝히고 12월 새 이름으로 공식 출범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20년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은 4조1440억원으로, 3분기보다 32% 가까이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예상 총매출액은 삼성SDI 중대형 전지 부문의 4배에 달한다. 학계 관계자는 “신규 배터리 브랜드는 삼성SDI의 배터리 기업으로서의 전문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영업과 고객사 네트워크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새 브랜드를 앞세워 추가적인 자금 유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삼성SDI가 PRiMX를 출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SDI의 경우 국내 배터리 3사 중 차입금 규모가 가장 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SDI의 총차입금은 약 7조4226억원이다. 상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이 1조7389억원, 장기차입금이 2조4172억원, 외화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이 각각 7879억원·2조2589억원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총차입금은 7조1072억원, SK온은 작년 10월 분할 기준 6976억원으로 삼성SDI보다 적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627억원으로, 신규 투자를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처럼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삼성SDI의 경우 분사가 어렵기 때문에 새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회사채 발행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3분기 기준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64.8%로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를 필두로 배터리 사업 강화 목적의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에 나선다면 크게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온에 2위를 내준 상황에서 새 브랜드를 출범했다는 것은 더욱 공격적인 외형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전략가이며 재무통인 최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