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리더 승진…식품전략기획 담당으로 미래 전략 수립올리브영 지분 활용해 CJ지분 매입 가속화할 듯'우선주'가 핵심…낮은 가격으로 전환주식 확보에 증여 재원 마련까지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2022년 임인년은
CJ(001040)그룹 승계에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데다, 오너 3세의 지분이 높은 올리브영 기업공개까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선호 리더가 올해 CJ그룹 내 입지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경영능력까지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부장은 올해 임원(경영리더)으로 승진했다. CJ는 임원 직급을 통합해 단일로 운영하고 있다. 일찌감치 임원 배지를 단 이경후
CJ ENM(035760) 경영리더와 함께 남매가 모두 임원으로 올라섬에 따라 올해부터 CJ그룹 승계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CJ그룹 승계 ‘열쇠’로 불리는 올리브영 기업공개가 예정돼있는 만큼, 그룹 지분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선호 경영리더가 갖는 CJ 지분은 2.75%에 그친다. CJ는 지주사로 계열사 최상단에서 CJ그룹 계열사를 종속기업으로 두는 만큼, 그룹 지배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이 리더의 CJ 그룹 입지확대를 위한 열쇠로 ‘CJ 우선주’가 꼽힌다.
CJ4우(전환)(000104) 지난 2019년 3월27일 발행됐다. 발행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29년 3월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는 게 특징이다.
이선호 리더는 지난해 이재현 CJ 회장으로부터 신형우선주(CJ4우) 92만668주를 상속받았다. 애당초 이 회장이 최초 증여한 시점은 코로나19 발발 전 2019년 12월로 상속받은 주식 가액은 602억원이었다. 이와 함께 이재현 회장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에 따라 최대 세율 60%를 적용해 납부할 세금만 350억원에 달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코로나19가 들이닥쳐 기업들 주가가 급락하자, CJ는 주식 증여 취소 후 재증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였다. 실제 2019년 12월 CJ4우 주가는 6만5000원대 선에서 이듬해 3월에는 3만3000원까지 밀렸다. 주식 재증여를 통해 이선호 리더는 약 100억원 수준의 세금을 절세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세금 자체가 수 백억원에 달해 분할납부 중인 데다, 개인 차원에서의 CJ4우 장내매수, 이재현 회장의 추가증여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선호 리더는 재원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올리브영. 출처/CJ올리브영
이러한 상황 속 ‘올리브영’은 사실상 하나의 ‘동아줄’로 통한다. 이선호 리더가 자신이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으로 구주매출(상장 시 기존 주주의 일부 지분을 파는 것), 상장 후 주식 처분, CJ올리브영 주식과 CJ 주식 교환 등으로 활용해 CJ 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리더는 올리브영 프리 IPO당시 일부를 매각해 기존 17.97%에서 지분율이 11.09%로 소폭 낮아졌지만, 아직 CJ지주와 글랜우드PE에 이어 3번째로 최대주주다. 올리브영의 몸값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선호 리더에게 호재인 이유다.
그렇다면 올리브영 몸값은 얼마일까. 2020년 올리브영은 매출 1조8603억원, 영업이익은 1018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3월 사모펀드 운용사(PE)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투자유치 시 1조8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당시 기업가치 핵심인 2020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 포함, 에비타)는 약 3000억~3100억원이었다. 에비타 대비 약 6배 멀티플을 적용받아 기업가치가 산정된 셈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올리브영의 실적개선과 함께 감가상각 증가 등의 영향으로 에비타가 3000억원 중후반까지 치솟았다고 가정하면 배수 적용 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도 2조원에서 3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시각이다. 올리브영 기업가치가 3조원에 이르면 이 리더는 지분을 팔아 30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막대한 실탄을 보유가 가능해진 이선호 리더는 우선주 매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CJ4우 주가도 공격적인 추가매입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다. CJ4우 주가는 지난해 6월 9만2000원 선에서 4일 종가 기준 7만10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CJ 주가가 8만4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둘이 차이는 겨우 15%다.
주가가 힘을 못 쓰는 이러한 상황이 이선호 리더에겐 효율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기회일 수 있다. 실제 이 리더는 그동안 계속 신형우선주를 매입해 왔는데, 지난해 2분기에는 잠깐 쉬다가 3분기부터 다시 우선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주가 하락장에 매수를 이어가고 상승장에서는 잠시 '숨 고르기'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이선호 리더의 CJ4우 지분율은 24.84%에서 3분기 말 25.16%로 증가했다. CJ4우 주가 흐름을 보면 1월부터 낙폭을 거치다 2분기인 4월부터 6월까지 V자 상승 패턴으로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우선주는 배당금이 2019년 1850원, 2020년 2000원으로 배당수익률만 2.4~2.8%에 달해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도드라진다는 평가다.
마침 실탄도 충분하다. 이선호 리더는 CJ올리브영이 프리IPO를 전개할 당시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해 1018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올리브영 IPO 레이스를 완료하면 이선호 리더의 주머니는 더욱더 두둑해진다.
다만 지분확대 외에도 승계에 있어서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오너리스크다. 이선호 리더는 지난 2019년 대마초를 흡연하고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임원에 오른 만큼, 경영능력 입증을 통해 주주들과 대중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최근 이선호 리더는 그동안 도맡았던 글로벌 비즈니스 직무에서 식품전략기획 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 리더는 제일제당의 식품부문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기획하고 관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리더는 지난해 비비고가 미국 프로농구 'LA 레이커스'와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할 때 두각을 나타내면서 업계에 눈도장을 찍었는데, 올해부터는 해외 채널별, 취급 카테고리별 폭넓은 전략을 수립하고 대체육과 같은 비건시장 등 식품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등 성장엔진 확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 회장이 뉴비전을 선포하며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제일제당은 그 핵심축이다”라면서 “(이선호 리더가)어떻게 풀어나갈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