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M 맞수' 코스맥스 vs 한국콜마…포스트코로나 승자는
코스맥스, 중국 고성장세…미국은 침체 ‘늪’
한국콜마, 화장품과 제약으로 투트랙
콜마 자회사 HK이노엔 ‘훨훨’…본업은 글로벌 경쟁력 필요
공개 2022-01-04 09:10:00
코스맥스. 출처/코스맥스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화장품 ODM '투톱' 코스맥스(192820)한국콜마(161890)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시장 정상화로 수익성 확대를 추구하는 반면, 한국콜마는 자회사 HK이노엔 성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각기 다른 길을 걷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연결) 누적 코스맥스 매출은 1조1703억원, 영업이익 922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4.2%, 64.1% 증가한 수치다. 한국콜마 매출은 1조1840억원, 영업이익은 583억원으로 매출은 2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콜마 측은 자회사 상장비용 등이 일시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화장품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분야 1~2위를 다투는 라이벌로 꼽힌다. ODM은 자체 개발한 제품을 고객사에 제안한 후 이를 주문받으면 완제품을 공급하는 업무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한국콜마가 높은 편이다. 코스맥스 영업이익률(연결)은 2017년 3.98%→ 4.15%→ 4.06%→ 지난해 4.82%, 한국콜마는 2017년 8.15%→ 6.63%→ 2019년 7.24% → 지난해에는 9.20%에 달하는 수익성을 올렸다.
 
영업이익에서 이 같은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코스맥스는 설립 이래 화장품 ODM만 집중해 온 연구개발 생산 전문 기업이다. ODM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98% 이상으로, ODM 분야만 놓고 보면 글로벌 1등 사업자다. 반면 한국콜마는 화장품 ODM 외에도 자회사 등을 통해 전문의약품과 HB&B 사업도 영위하는 게 특징이다.
 
 
 
  
올 한해 코스맥스는 국내시장과 중국시장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코스맥스 지역별 매출 비중은 국내 49%, 해외는(아시아 39%, 미국 12%) 51%로 글로벌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중국’ 성장세가 돋보인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코스맥스 중국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중저가 제품과 온라인 판매 확대로 업체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인플루언서를 등에 업은 온라인 벤처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기존 절대 강자로 불렸던 화장품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 코스맥스의 기술력과 영업망이 재차 빛을 발했다. 중국 화장품 1위 기업 화시즈, 신흥 기초 화장품 업체 바이췌링, MZ세대 강자로 불리는 색조 화장품 기업 퍼펙트다이어리 등과 협력하며 대륙 공략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2022년에는 코스맥스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39%에 달하며 한국(50%)과 함께 핵심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코스맥스는 지난 2013년 로레알의 오하이오 공장 인수에 이어 2017년 말 현지 화장품 ODM기업 누월드를 인수하여 미국 사업 외형을 확대해 왔다. 코스맥스는 미국법인 코스맥스 웨스트를 지주사 격으로 자회사로 코스맥스 USA와 누월드를 두고 있다. 다만 중국과는 달리 녹록하지 않은 영업환경으로 이들 미국법인은 5년 이상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코로나 타격으로 침체 국면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인한 기타비용으로만 446억원, 올해 3분기(누적)에도 157억원을 인식했다. 여기에는 미국사업 부진이 컸다. 지난해 코스맥스는 웨스트(취득원가 163억원) 장부가액 전액 124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함에 따라 연결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입었다. 이미 코스맥스가 지난해 웨스트 장부가액 전액을 손상처리 했지만, 향후 웨스트의 자회사인 누월드와 USA 관련해 손상인식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적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재무안정성도 위기 상태다. 이들 미국법인 3곳은 이미 모두 자본잠식에 빠져있을 만큼 상황이 어렵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년 위드코로나가 본격화되면 색조 시장이 큰 수혜를 입으면서 (화장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맥스 바이오나 엔비티, bti 등 건강기능식 ODM 회사들은 오히려 코로나로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는데, 향후 연구개발(R&D)에 힘쓰며 외형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콜마
 
한국콜마는 화장품과 제약(HK이노엔) 투트랙으로 코로나 위기를 뚫겠다는 각오다. 한국콜마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화장품 ODM 사업의 매출 비중은 54%, 전문의약품 및 HB&B 사업은 46%다. 그중에서도 HB&B를 포함한 제약 분야는 본격 성장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콜마는 지난 2018년 HK이노엔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뻗어 나갔다. HK이노엔은 신약과 백신 등을 다루는 전문의약품 부문과 컨디션 헛개수 등을 판매하는 HB&B(Health Beverage&Beauty) 사업을 영위한다. 특히 지난해 전문의약품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HK이노엔 매출(연결)은 전년 동기 대비 41%나 성장했다. 이 기세를 몰아 올해 8월 이노엔은 코스닥시장 입성에까지 성공했다.
 
HK이노엔은 내년 전망도 ‘맑음’이다. 업계는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이노엔 전문의약품 부문은 케이캡(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을 중심으로 사업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를 넘어 2022년에는 중국 허가, 2025년에는 미국 등으로의 확대도 예상된다.
 
효자 자회사를 둔 한국콜마 앞에 놓인 과제는 다름 아닌 ‘본업’이다. 한국콜마 화장품 사업부문 매출은 2018년 6973억원 정점에서 2019년 6641억원→지난해 6092억원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맥스가 기초부터 색조까지 큰 폭으로 다루지만, 한국콜마는 다소 기초라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가장 고민거리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화장품 ODM 매출 비중은 한국 74%, 중국 18%, 북미 9% 수준으로 분석된다. 코스맥스가 화장품 부문 매출이 해외에서 절반가량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콜마는 내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국콜마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화장품 사업부문 전체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8.2%→6.2%→지난해 5.9%→올해 3분기엔 4.7%까지 떨어졌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IB토마토>는 “본업과 HK이노엔 모두 국내는 내실화를 다지고, 글로벌 확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계획”이라면서 “(화장품의 경우)현재 중국 무석과 베이징에 법인 두 개가 있고, 미국 쪽도 크게 보고 있는 만큼 공격적으로 글로벌 영업을 훨씬 더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