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진짜 이유
기업들 신차가격 방어로 브랜드 가치 재고에 도움
전기차 경쟁력 확보는 덤
공개 2022-01-03 09:1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현대차(005380))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그 배경과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면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소비자 만족을 높이고 매출 증가와 경쟁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현재 개화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 재고와 더불어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중고차 시장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기아(000270)),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쌍용차(003620)) 등 5개 회사가 진출해 인증 중고차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중고차 시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이 막혀 있었지만, 지난 2019년 기한이 만료되면서 시장 진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고차 거래. 사진/뉴시스
 
앞서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2019년에 기한이 만료됐고, 동반위가 중고차매매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 의견을 정부에 내면서 완성차 업계의 시장 진출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일부 중고차 업계가 반대 입장을 내며 중소벤처기업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면서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들이 꾸준히 시장 진출을 노리는 점은 수입차 업계와의 경쟁을 비롯해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차 업계는 이미 연식 5년·주행거리 10만km 수준의 차량을 대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가 직접 운영하려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 평가에도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경우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의 가격이 30.7% 내려간 반면 같은 기간 벤츠 E클래스는 25.5%만 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츠의 경우 인증중고차를 통해 중고차 가격 방어와 함께 품질을 장기간 지속해서 관리하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완성차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출하량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수입차와 별개로 국산차에 한해 중고차 시장 진입이 제한돼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미 현대차가 현지 딜러사 등을 통해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어 운영 능력에서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시장은 이미 완성차 시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분야로 먼저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4000만대가 거래됐고, 독일은 900만대 수준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수입차를 포함해 연간 240만여 대가 거래되고 매출액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이는 신차 판매량(180만건)보다 많은 수준으로 시장 규모가 크다.
 
벤츠 인증중고차. 사진/벤츠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문제는 시장의 크기와 비교해 중고차 분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레몬마켓’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자동차 분야는 전문적인 지식이 다소 필요한 업종이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사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며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을 반기는 몇 안 되는 분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 등의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이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일반적으로 국산차량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감가인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입차의 경우 사후 서비스 등을 통해 보증 기간 내에서는 감가가 방어가 비교적 잘 되지만, 국산차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차량을 사용하고 다시 매각할 때 수입차는 완성차 브랜드에 다시 매각할 때 관리만 잘 돼 있다면 어느 정도 가격을 보전 받지만, 국산차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매매상에 직접 판매해야 해 가격 방어가 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비롯해 기아의 EV6 등의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향후 중고차 시장에도 전기차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고차 딜러나 업체에서 전기차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소비자들의 구매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사용 기간과 방법 등에 따라 잔존율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침수나 사고 시 미치는 영향 등을 일반 딜러들이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배터리의 교환 여부나 보증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선 완성차 업체들의 참여가 중요해 중고차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생산현황.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상무는 <IB토마토>에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정보를 다수 가지고 있어 관리 이력이나 잔존 수명 등을 확인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라며 “반면 중고차 매매 상사들의 경우 배터리 충전용량 등을 테스트해 보는 장비나 인력 등의 문제로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전기차의 구조는 내연기관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지만, 전자 부품들이 어려운 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고, 전자제어로 움직이기 때문에 부품의 성능이나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른다”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진입해 플랫폼을 공유하게 되면 기존 중고차 업체들과도 상생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컨센서스는 매출액은 117조4811억원, 영업이익 7조10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내년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경우 실적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은 단순히 중고차를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신차 출시 후 가격 방어를 통한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최근 반도체 공급 이슈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데, 중고차 분야에 진출하게 되면 이런 부담에서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