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혁신은 외쳤는데…갈길 먼 교보증권 마이데이터
중장기 목표로 '디지털 혁신' 내놔…계열사 간 협업 통해 차별화
마이데이터 시행에도 본허가 신청 못해…시장 경쟁에 후발주자 발목
공개 2021-12-28 09:1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교보증권(030610)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오는 2025년까지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금융투자 파트너’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만큼 조직 재정비와 대내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꾀하는 모습이다. 교보증권은 특히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를 신사업으로 내세우면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금융과 정보기술(IT)이 융합한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한 가운데 이미 빅테크 기업과 대형 증권사들의 시장 진출이 이어짐에 따라 후발주자인 교보증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보증권이 신청한 상표 이미지/특허청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최근 특허청에 ‘나만의 새로운 놀이터 팔레트(palette)’라는 명칭의 상표권을 출원하고, 우선심사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부터 금융회사와 공공기관 등에 흩어진 개인의 신용정보를 일괄 수집해 금융소비자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됨에 따라 본허가를 획득하기 전 제반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봉권·이석기 교보증권 공동대표는 증권 본연의 금융투자 서비스를 넘어 연결서비스를 확대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비전 2025’를 내놓으며, 중장기 전략으로 ‘디지털 혁신 실행력 강화’를 제시했다.
 
디지털 혁신 실행력 강화 차원에서 나온 팔레트는 사내 공모로 선정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름으로, 수채화나 유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판처럼 다양한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시 금융·비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자문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일임 등 고객의 성향에 맞춘 초개인화 자산관리서비스를 추천·제공한다는 얘기다. 현재 새 브랜드는 국제상품분류(NICE) 기준 금융서비스업·은행업·자산관련 재무관리·투자업 등을 포괄하는 36류로 출원·심사 중인 상황으로, 교보증권은 심사가 완료되면 팔레트를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에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현대차증권(001500)까지 본허가를 획득하면서 고객 몰이에 나선 반면 지난 7월2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교보증권은 시스템 개발 준비 등으로 본허가 신청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 카드사를 비롯해 통신·핀테크 기업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면서 후발주자인 교보증권 입장에서는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과제도 존재한다. 현재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등록된 자산을 한 번에 모아볼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투자 진단 보고서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놨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실물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관련 기업의 주가와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일상 속의 투자를 콘셉트로 갖고 있다.
 
최근 본허가를 획득한 현대차증권은 고객이 주체적으로 투자와 은퇴 관리를 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현하는 데 방점을 두고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수익률게임방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사진/교보증권
 
지금까지 교보증권의 디지털 전환 행보를 보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 등과의 시너지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의 경우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교보생명,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계열사 간 협업으로 서비스 차별화를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실제 교보증권은 교보생명·교보문고, 카카오뱅크와 이달 초 ‘데이터 및 금융플랫폼 제휴 사업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도서 구매 이력 등 비금융데이터와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을 활용해 연계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이와 함께 교보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콴텍과 손잡고 자산관리 솔루션 큐엔진(Q-Engine)을 활용한 투자상품을 기획·출시하기로 했다. 
 
이밖에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지난 7월 ‘디지털신사업본부’ 조직을 신설하고 아마존(Amazon), 뱅크샐러드를 거친 이용훈 본부장을 디지털신사업본부 상무로 영입한 교보증권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신사업본부를 이석기 대표이사 직속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목적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조직개편은) 디지털전환 가속화를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면서 "사내 임직원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마이데이터 명칭을 정하고, 관련 준비도 차근차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