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LX하우시스 손잡은 이유는…‘의리보다 실리’
LX하우시스·LG화학, 각각 경질·연질 제품 PVC 추출 기술 보유
PVC, 돈 되는 소재···PVC 가격 작년보다 40% 상승
바이오 PVC도 함께 개발···"재활용·친환경 PVC 시장 선점 가능"
공개 2021-12-24 09:1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식구였던 LG화학(051910)LX하우시스(108670)가 분할 이후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하나의 기업이었다가 오랜 기간 LG(003550) 계열사로 함께 걸어온 두 기업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의리에 의한 것이 아닌 PVC 사업 강화를 위한 실리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LG화학에 따르면 지난 16일 LG화학과 LX하우시스는 PVC 재활용 기술 공동 개발과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PVC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PVC(Polyvinyl Chloride, 폴리염화비닐)는 창호·바닥재 등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매트·병뚜껑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다. LX하우시스는 앞서 지난 8일 국내 최초로 폐건축자재에서 고순도 PVC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때 LX하우시는 “앞으로 국내 화학 공정 전문 업체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재생 PVC 양산 공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언급한 화학 전문기업이 LG화학이 된 것이다. 
 
양사가 주체가 돼 직접 업무협약을 맺는 것은 지난 2009년 LG화학의 건축자재 부문 등이 LG하우시스로 분리된 이후 처음이다. LG화학 관계자는 “LX하우시스는 같은 LG 계열사였던 시절부터 LG화학의 고객사였다”라며 “최근 친환경 기조에 따라 기술 개발과 사업 확대를 위해 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가 오랜 기간 함께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LG화학과 LX하우시스의 이번 협력이 ‘의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로서 오래 손을 맞춰왔다는 것이 LG화학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LX하우시스가 LG화학과 협력하기로 한 더 큰 이유는 LG화학의 기술과 PVC 생산능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LX하우시스 연구원들이 폐건축자재를 재료로 고순도 재생 PVC를 추출하고 있다. 사진/LX하우시스
 
LX하우시스가 최근 개발한 PVC 추출 기술은 PVC 제품에서 각종 첨가제와 불순물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고순도 PVC만 뽑아내는 ‘선택적 매칭 제거 기술(SMET)’로, 창호 등 딱딱한 재질(경질)의 제품에 특히 유용하다. LG화학도 이에 상응하는 PVC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바닥재 등 말랑한 재질(연질)의 제품에서 PVC를 얻는 기술이다. 이번 협력으로 양사는 거의 모든 종류의 PVC를 활용한 폐품에서 높은 순도의 PVC만을 추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G화학와 LX히우시스는 고순도 PVC를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PCR(Post-Consumer Recycle 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 PVC 제품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PVC는 다른 합성수지와 섞여 재활용될 경우, 제품의 강도가 떨어지고 재활용 과정에서 염화수소와 같은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에는 국내에서도 PVC 포장재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LX하우시스 관계자는 “신기술을 통해 순수한 PVC와 물성이 동등한 고순도 재생 PVC를 추출할 수 있다”라며 “자체 실험 결과 재생 PVC로 만든 제품도 기존 제품과 특성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고, 중금속·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을 측정했는데 각종 환경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라고 설명했다. PVC의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다.
 
LG화학 여수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이 PVC 부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온 점도 양사 협력의 배경인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조3954억원으로, LG화학 전체 영업이익 4조2771억원의 79.4%에 달한다. LG화학은 909억원을 들여 여수 PVC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앞으로 양사의 기술을 활용한 재활용 설비가 마련되면 재활용 PVC·PVC 제품 판매로 인한 LG화학과 LG하우시스의 수익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경기 회복세와 중국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PVC 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11월 기준 PVC 가격은 작년보다 40% 상승했다. 순환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PVC 폐품을 단순 분쇄한 PVC 재생 플레이크 가격도 작년보다 15% 올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올해보다 2% 늘고, 건설 투자도 3%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PCV 가격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21일 'ISCC PLUS' 인증 수여식에서 ISCC 협회 지정 인증기관인 컨트롤유니온코리아의 이수용 대표이사(가운데)·김진하 LX하우시스 창호 사업부장(오른쪽)·강창원 바닥재 사업담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X하우시스
 
LG화학과 LX하우시스는 PVC 재활용에 더해 친환경 바이오 PVC 제품 개발에 대해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바이오 PVC(Bio-balanced PVC)는 폐식용유·농사 부산물 등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만든 PVC로, LG화학은 지난달 이미 바이오 PVC 초도 물량을 LX하우시스에 공급했다. LG화학의 바이오 PVC를 활용해 LX하우시스가 만든 친환경 창틀 등은 국내 건축자재 기업 최초로 ISCC Plus의 국제 지속가능 친환경 소재 인증을 받기도 했다.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건축자재를 활용한 아파트 건설이 늘고 있어, LG화학과 LX하우시스의 친환경 PVC 관련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PVC는 활용처와 수요가 많은 만큼 재활용 PVC·친환경 PVC의 시장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라며 “LG화학과 LX하우시스는 고객사 네트워크도 탄탄해서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