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전환' HB테크놀러지, 자회사 합병이 대응책 될까
부정적인 LCD 업황에 자회사 합병 통한 비용절감
신규사업 꾸준히 검토…장비사업으로 실적반등 노려
공개 2021-12-23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HB테크놀러지(078150)가 비용절감 등 경영효율화룰 위해 자회사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LCD 패널 가격 하락 등 전방산업의 부진 영향으로 올해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LCD 업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비용절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매출 다각화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B테크놀러지는 자회사 에이치비옵틱스를 흡수합병한다. HB테크놀러지가 에이치비옵틱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병신주를 새로 발행하지 않은 무증자 합병으로 진행되며 합병비율은 1 대 0이다. HB테크놀러지가 존속, 에이치비옵틱스가 합병 후 해산된다.
 
합병 목적은 경영효율성 제고다. HB테크놀러지는 흡수합병을 통해 원가 등 비용절감의 효과가 발생, 전반적인 경영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3년간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연결기준)은 2018년 2739억원, 2019년 2806억원, 2020년 2742억원으로 소폭의 증감을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 102억원, 2019년 101억원, 2020년 49억원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1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8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TV, 모니터, 노트북 등의 수요가 증가, 패널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에도 종속기업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했으며 올해는 LCD 패널 가격 하락에 직접적인 타격까지 많으며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LCD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7월부터 LCD 패널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TV 등 내구재 수요 둔화를 예상한 세트업체들의 재고조정과 중국 패널업체 등의 생산 확대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판가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DDIC(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주요부품 수급 차질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워 패널 제조사들의 생산·출하량 확대가 다소 제한된다고 예측했다.
 
HB테크놀러지의 전체 매출(올해 3분기 누적 기준)의 44.2%가 LCD와 LED 백라이트유닛(BLU) 부품소재에서 발생한 만큼 LCD 패널 가격 하락세 지속은 향후 영업실적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LCD 업황이 나쁜 상황에서 LCD 백라이트 제조가 주력 사업인 에이치비옵틱스를 흡수합병, 비용절감의 효과를 통해 최대한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비용절감으로만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하기란 힘들 것이란 예상도 존재한다. 수익 다각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생산장비를 제조·판매하는 제우스(079370)의 경우 HB테크놀러지와 똑같이 LCD 업황 부진의 영향을 받으며 관련사업의 매출이 급감, 개별기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적자전환했지만 자회사를 통한 반도체 부문이 호실적을 내면서 같은 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39억원을 거뒀다.
 
 
 
이는 HB테크놀러지의 실적반등을 위해서 사업영역 확장을 통한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더구나 HB테크놀러지의 종속기업이었던 HB솔루션(297890)(전 엘이티)은 지난 7월 케이맥과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21.95%(9월 말 기준)으로 낮아지며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HB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당기순손실 기록으로 HB테크놀러지의 전체 영업실적이 부정적 영향을 줬지만 2018년 매출 496억원과 영업이익 120억원, 2019년 매출 469억원과 영업이익 109억원으로 비교적 우수한 2018년 영업이익률 24.2%, 2019년 23.3%로 우수한 수익성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누적의 경우 매출 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8억원으로 적자였으나 전년 동기(-22억원) 대비 규모가 줄어드는 등 실적 개선세를 보였던 만큼 종속기업 제외가 아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HB테크놀러지는 신규사업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장비사업 부문에서는 ‘QLED’와 ‘OLED’ 관련 기술 검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에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005930)의 OLED TV 출시 본격화에 발맞춰 ‘QD-OLED’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힌 점도 HB테크놀러지에는 긍정적이다.
 
HB테크놀러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규사업 검토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장비사업부를 중심으로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