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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오류와 세무사 2차 시험
공개 2021-12-24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얼마 전 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이 취소되면서 응시생 6515명 전원이 20번 문항을 맞힌 것으로 처리되었다. 전원 정답 처리로 인해 기존에 정답을 맞혔던 수험생은 점수가 하락하게 되고, 생명과학Ⅱ 응시생들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하락하면서 다른 과학탐구Ⅱ 과목 응시생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수험생의 당락이 바뀔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능 볼 때 20번 문항을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했던 수험생이 모두 정답인 문제에 많은 시간을 쓰고 상대적으로 다른 문항을 풀 시간이 부족하여 피해를 본 것은 피해사례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점짜리 한 문제가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큰 것이다.
 
수능 출제는 인간이 하는 일이니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있으나, 그 여파가 많은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수능 출제 시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와 유사한 일이 올해 세무사 2차 시험에서 있었다. 2차 시험 4과목(회계학1부와 2부, 세법학1부와 2부) 중 ‘세법학1부’의 과락이 82.13%로서 10명 중 8명 이상이 ‘세법학1부’에서 과락을 받아 불합격했다. 다른 과목의 과락률이 14.60%(‘회계학1부’), 45.61%(‘회계학2부’), 44.37%(‘세법학2부’)인 것을 보면 세법학1부의 과락률이 비정상적임을 알 수 있다. 작년 세무사 2차 시험에서 가장 높은 과락률을 보인 과목은 회계학1부로서 51.41%였다. 
 
올해 수능 출제오류와 세무사 2차 시험은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수능은 출제오류지만 세무사 2차 시험은 출제오류는 아니다. 그러나 수능 출제오류로 인해 해당 문항이 모두 정답 처리되어 불이익을 받은 수험생은 다른 과목에서 만회할 여지가 있으나 세무사 2차 시험 세법학1부에서 과락을 맞은 수험생은 무조건 불합격한다. 따라서 세무사 2차 시험이 출제오류는 아니지만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수능보다 훨씬 더 크다. 
 
둘째, 수능은 객관식이므로 문제가 잘못 출제되면 대안이 없으나, 세무사 2차 시험은 주관식이므로 문제가 어려워도 채점에 의해 과락률이 조절될 수 있다. 즉, 주관식의 특성상 문제가 어려우면 채점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과락을 피할 수도 있다. 객관식인 수능은 융통성이 없으나 주관식인 세무사 2차 시험은 문제의 난이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채점하는가도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세무사 2차 시험은 채점도 엄격하게 해서 과락을 많이 양산한 것이다.
 
셋째, 수능은 모든 수험생들이 비슷한 입장이라면 세무사 시험은 “경력에 의한 면제자”가 있어서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수험생 간의 유·불리에 차이가 난다. “경력에 의한 면제자”는 세무공무원으로서 20년 이상 재직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1차 시험과 2차 시험 4과목 중 2과목(세법학1부와 2부)을 면제받아 회계학1부와 2부만 합격하면 세무사 2차 시험에 합격하는 수험생을 말한다. 따라서 세법학1부나 2부에서 과락이 많아지면 일반 수험생들은 불리하지만, 이 과목을 응시하지 않는 “경력에 의한 면제자”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세법학1부나 2부가 어렵게 출제될 때마다 세무공무원의 합격을 위해 어렵게 출제되었다는 소위 ‘음모론’이 나오는 것이다.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겠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올해 세법학1부와 2부를 면제받아서 ‘세법학1부’의 과락 걱정 없이 세무사 2차 시험에 합격한 세무공무원 출신의 “경력에 의한 면제자”가 2020년에는 17명(전체 711명 합격자 중 2.39%)이었으나 올해는 151명(전체 706명 합격자 중 21.39%)으로 8.9배 급증한 것을 보면 일반 수험생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세무사 2차 시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험이므로 출제와 검토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세법학1부나 2부에서 과락이 많이 발생하면 일반 수험생은 불리하지만 “경력에 의한 면제자”는 유리해지는 구조이므로 과목 간 과락률 차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과목 간 난이도 조절이 어렵다면 과목별 표준점수의 도입이나 일반 수험생과 세무공무원 출신의 분리 합격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무사 2차 시험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대접받도록 시험의 출제와 채점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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