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고속성장 중 '홍원식 카드' 꺼낸 이유는
당국·은행·증권사 거친 금융 전문가…30일 주총서 확정
'스피드 경영' 강조…해외부문·IB다변화·우발부채 축소 '과제'
공개 2021-12-20 08:55: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속성장 중인 하이투자증권이 홍원식 전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사장을 신임 수장으로 낙점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올 한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DGB금융지주(139130) 내 입지를 다진 상황이라 유임 가능성이 컸지만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오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사장 바통을 이어받게 된 홍원식 내정자는 하이투자증권의 숙명인 ‘중위권 1위 증권사’ 도약을 위해 호실적 랠리를 지속하는 한편 수익성을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만큼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 후보로 홍원식 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최종 선정했다. 홍 내정자는 이달 30일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홍 내정자에 대해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쌓은 경험과 지식, 리더십을 높게 샀다.
 
금융감독원의 전신인 증권감독국 국제업무국을 비롯해 LG투자증권 국제금융팀과 보스턴은행,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를 거쳐 2008년부터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략경영실 전무, 경영인프라 총괄을 지낸 후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능력이 검증됐다는 평가다.
 
실제 홍 내정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를 지내던 2017년 당시 IB사업부문에서의 신규 사업영역 개척을 위해 신기술사업금융업을 등록했으며, 글로벌 영업본부를 신설해 해외 선물·상장지수펀드(ETF)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한편 온라인 주식투자 고객 맞춤형 상담 서비스인 ‘이베스트 프라임(eBEST PRIME)’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결과 홍 내정자 취임 전인 2012년말 104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개별기준)은  2018년 말 478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고, 당기순이익 또한 81억원에서 346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진/백아란기자
 
하지만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는 홍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전임인 김경규 사장이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지난 2018년 10월 취임한 이래 호실적을 이끌어 내며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한 가운데 동학개미를 중심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올해와 달리 내년 증권업황은 금리 인상, 거래대금 축소 등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누적 순이익은 1297억원으로 전년동기(805억7364만원) 대비 60.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69.8% 늘어난 1773억원으로 나왔다. 그룹 내 비은행 손익기여도는 하이투자증권 인수 전인 2017년 말 11%에서 인수 이듬해인 2019년 말 31%로 늘어난 이후 올해 9월 말에는 42%까지 올랐다. 홍 내정자 입장에서는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한편 중위권 선두 증권사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미래 성장과 생존을 위한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진 것이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그동안 IB부문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으로 쏠리며 우발채무(채무보증) 관련 위험익스포저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던 만큼, 자본적정성에 대한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3분기 하이투자증권의 채무보증(우발채무) 규모는 1조2897억8000만원으로 자기자본(1조1787억1191만원)의 109%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3분기(121.2%)보다 감소한 수준이지만, 금융당국이 권고한 기준(100%)은 상회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대신증권(003540)(2323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1794억원)에 이어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은 KTB투자증권(030210)(1599억원), 대신증권(1506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1329억원), 교보증권(030610)(1322억원)에 이어 15위다.
 
이 때문에 하이투자증권은 홍 신임 대표 내정을 통해 기업공개(IPO) 직상장 등 IB부문 다각화로 체질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 내정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 취임 이후 줄곧 조직 효율화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며 신규 수익원 발굴과 글로벌 사업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해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코넥스 기업 에스엠(041510)비나 상장을 통해 IPO시장 출사표를 던진 바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도전장도 낸 바 있다. 
 
한편 국제업무국과 국제금융팀에 몸담았던 경력을 바탕으로 국내 부문에 주력했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부문 사업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서비스를 혁심금융서비스로 지정받으면서 해외주식 거래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홍 내정자표 신사업도 기대를 모은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내정자 신분이기 때문에 조직개편 방향이나 내부 인사에 대한 부분을 거론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이달 말 주총에서 결의된 이후) 필요시 추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