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상장 박차…초고급휘발유로 실적 개선 잰걸음
13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내년 상반기 IPO
국내 첫 초고급휘발유 개발···고급휘발유 점유율 2년 만에 2.5배로
공개 2021-12-14 11:40:21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내년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앞서 실적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고급휘발유 수요에 맞춰, 국내 최초로 개발한 초고급휘발유를 필두로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14일 한국거래소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내년 3~4월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IPO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2년과 2018년에도 상장에 나섰지만 두 번 모두 자진 철회했다. 2012년에는 수입 비중이 컸던 이란산 원유의 공급 불확실성이 커져 문제가 생겼고, 2018년에는 한국거래소의 감리가 복병이 됐지만, 상장이 무산된 결정적인 원인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유업계가 일제히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나서면서, 정유사들이 더 이상 과거의 굴뚝산업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늘고 있다. 
 
실제로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재 85%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대로 줄일 계획이며, 미래 성장 동력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70%까지 높이겠다”라고 선언하며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에 수소차에 사용되는 고순도 수소의 정제설비를 구축한 현대오일뱅크는, 비교적 잘 알려진 수소 사업 외에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 △수소 연료전지용 분리막·전해질막 사업 △차세대 연료 ‘이퓨얼(e-fuel)’ 연구 등에 나서며 수익 다각화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실적도 좋아졌다. 최근 이어지는 고유가 추세로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14조66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총매출보다 7% 이상 큰 규모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8516억원을 기록하며 –5933억원을 보인 작년 총영업이익에 비해 극적으로 개선됐다. 
 
현대오일뱅크가 14일 국내 최초 초고급 휘발유 울트라카젠을 출시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국내 최초 초고급휘발유 개발과 판매를 알리며 수익성을 더욱 높일 것을 예고했다. 고급휘발유란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를 말하는데, 옥탄가가 높을수록 이상 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잘 연소하기 때문이다. 옥탄가가 일정 수치 이하인 휘발유를 쓰면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고, 자동차 엔진의 출력 저하와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옥탄가 102 이상의 초고급휘발유 '울트라카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으며, 이날부터 전국 대표 직영 주유소 15개소에서 주유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고급휘발유 수요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연평균 16% 이상 증가해왔다. 국내에서의 수입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신차의 고급화와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고급휘발유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급휘발유는 일반휘발유보다 15%가량 비싸서 고급휘발유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 말 144개이던 고급휘발유 취급 주유소를 올해 7월 기준 354개로 대폭 늘리며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고급 휘발유 판매량은 하루 1585배럴이며, 시장 점유율은 23%로 국내 2위다. 하루 판매량이 316배럴·시장 점유율은 9% 수준이던 2019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판매량이 약 5배·점유율은 2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다양한 신사업 추진과 실적 회복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몸값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19년 아람코에 지분 17% 넘길 때 기업가치가 8조1000억원으로 책정된 것도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근거가 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활발한 신사업과 실적 개선 노력으로 꾸준히 몸값을 높여왔다”라며 “기존 상장된 S-Oil(010950)과 다른,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얼마나 인정받느냐가 상장 성공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