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유증' 두산중공업, 주주들 뿔났다…왜?
대규모 유상증자, 주식 가치 희석 우려
신사업 투자 기대감에 주가 바닥 치고 V자 반등
공개 2021-12-13 08:55: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두산중공업(034020)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두산(000150)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유상증자를 택했는데, 조 단위 금액인 만큼 주식 가치 희석 우려와 함께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는다는 얘기가 나오며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개선과 내년 친환경 분야 진출 계획이 주목받으며 주가는 바닥을 찍고 기대감을 싣는 모양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재원 가운데 700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8000억원은 미래사업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가스터빈공장. 사진/뉴시스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은 보통주 8287만2900주로 예정 발행가는 20% 할인율이 적용된 주당 1만8100원이다. 구주 1주당 신주 0.127주를 발행하며 우리사주조합원 우선배정비율은 20% 수준이며, 신주의 배정 기준일은 내년 1월3일로 상장 예정일은 내년 3월4일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고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주관 증권사가 전량을 인수한다. 대표 주관사를 살펴보면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KB증권, 신영증권(001720), 키움증권(039490) 등이다.
 
지난해 두산그룹 중간지주사 격인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로 인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고,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안을 이행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도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실제 두산중공업이 지난달 26일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난 후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2만3050원이던 주가가 다음 거래인일 29일 1만9900원까지 떨어졌고, 다음날에는 1만9000원까지 하락하는 등 유상증자 여파가 주주들에게 미쳤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1일에도 채무자금 상환을 위해 1조21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 유상증자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고 1억2149만5330주의 신주가 발행됐다.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인 2억5314만1201주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시에도 20% 할인율이 적용된 주당 9980원에 신주를 발행하면서 유상증자 발표날 1만5500원이던 주가가 다음날 소폭 하락하며 1만5050원까지 떨어졌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이는 유상증자의 경우 기업이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이 목적이라면 주가가 상승하는 반면 채무상환의 목적이 클 경우 일반적으로 주주들은 악재로 판단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 여기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회사는 기업가치는 그대로지만, 주식 수가 늘어나고 신주 발행가격이 현재 시가보다 낮아 증자 이후 주식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도 주주 입장에선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에 두산중공업 기존 주주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회사의 채무를 주주들이 갚아주고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라는 평가를 비롯해 “최소한 손해라도 안 보기 위해 유증에 참여해야 한다”라며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두산중공업이 채무상환을 위해 유상증자에 활용한 금액만 1조9000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채권단에 빌린 3조6000억원의 상환금액 가운데 절반에 이른다. 반면 유상증자로 인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는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3분기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49.5%로 유상증자 이후 부채비율은 108.2%로 더 낮아진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에는 지난번과 같은 전액 채무상환이 아닌 신사업 투자 계획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채무상환보다 1000억원 더 많은 금액을 신사업 투자로 집행해 미래성장 동력을 챙기고 주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8000억원을 수소터빈,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 등 자사의 친환경 사업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를 적시에 진행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수소 사업 역량 결집을 위해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의 실적도 개선되면서 이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4607억원, 영업이익 2431억원을 각각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709억원) 흑자 전환했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효과. 사진/한국기업평가
 
이와 관련해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신사업 투자용 자금이 즉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사용되므로 유동성이 확보됐다”라며 “일련의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금번 실시되는 유상증자는 신용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두산중공업의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 신용등급을 BBB- ‘긍정적 검토’로 상향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달 들어 두산중공업의 주가도 바닥을 친 모습이다. 아직 유상증자 발표전인 2만3050원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V자형 반등을 나타내며 2만2000원까지 회복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내년부터 친환경 사업 가운데 가스터빈이나 SMR 등의 분야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이 분야에 투자에 나서면 실적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은 힘들지만, 향후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주주 가치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