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여력 저하된 한화생명…금리 인상에 고민 깊어지나
매도가능증권 평가익 축소로 RBC비율 하락
한은 "현 기준금리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
공개 2021-12-07 08:55:00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급여력이 저하된 한화생명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화생명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지급여력(RBC)이 저하된 한화생명(088350)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RBC비율이 하락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화생명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RBC비율을 관리해왔지만, 국채 금리 상승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발행조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일시에 청구했을 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다. 보험업법에는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하지만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200% 이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채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 탓에 비율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화생명의 RBC는 193.5%로 전분기 202% 대비 8.5%p 떨어졌다. 동기간 한화생명과 함께 생보사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032830) 역시 311.3%, 333.1%로 21.7%p, 교보생명은 283.6%, 285%로 1.4%p 각각 감소했지만, 200%를 한참 웃돌았다.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2018년 212.2%, 2019년 235.3%, 지난해 238.3%를 나타냈다.
 
 
RBC비율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받는다. 지난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조정한 이후 국채금리 상승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해 한화생명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이 축소됐으며 감소한 채권평가이익은 그대로 자본에 반영되며 RBC비율도 하락했다. 최근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했다. 2일 기준 국채금리(10년물)는 2.198%로 지난 8월 초 1.907%와 견줘볼 때 0.291%p 상승했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연 1%로 0.25%p 상향하며 현재 기준금리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한은 조사국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을 두고 예상치마저도 넘어섰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화생명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발행을 통해 RBC비율을 관리해왔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조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조달 등을 통해 RBC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단 한화생명은 IFRS17로 시행되는 신지급여력제도 킥스(K-ICS)에 입각해 RBC비율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은 K-ICS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부채 잔존만기(듀레이션)갭을 줄였다. 지난 9월 말 듀레이션갭은 0.06년으로 6월 말 0.63년 대비 0.57년 축소됐다. 듀레이션갭이 줄어들면 IFRS17로 인한 부채 증가 폭이 줄어든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장기선도금리(LTFR) 하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남았다. LTFR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할 때 할인율을 결정한다. 즉 할인율 감소로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LTFR은 5.2%로 알려졌으며 유럽연합(EU)은 IFRS17 도입을 앞둔 2017년 4.2%를 시현했으나 이후 LTFR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RBC비율은 관련 신제도 시행에 맞춰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할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채권 평가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지난 10월 한화생명은 내년에도 금리 상승 기조가 계속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손익이 발생하는 매도가능증권과 달리 만기보유증권은 장부가가 반영된다.
 
한화생명은 3년 동안 보유 중이거나 신규로 취득하는 모든 금융자산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분류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적용받았다. 2019년 만기보유증권 전량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계는 재분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