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해상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일시납 저축성 보험 판매를 대폭 늘리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가 저축성 보험의 비중을 낮추고,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90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했다. 이는 손해율과 사업비율 개선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올해 3분기 누적 손해율과 사업비율은 83.0%, 20.5%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p, 0.6%p 개선됐다. 이를 통해 합산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3.1%p 줄어든 103.5%로 집계됐다.
보험영업효율을 판단하는 지표인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값으로, 100% 이하일 때 보험사가 보험료로 얻은 수입이 보험금으로 인한 지출보다 더 커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을 뜻한다.
보험상품별 손해율을 살펴보면, 일반보험이 전년 동기 대비 10.9%p 개선된 60.0%로 가장 많이 개선됐고, 자동차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5.2%p 개선된 79.5% 손해율을 기록했다. 장기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0.6%p 줄어든 86.1%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해상은 일시납 저축성 보험 판매를 통한 원수보험료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장기보험 손해율이 개선됐다. 일시납 저축성 보험 원수보험료는 3분기에만 838억원을 거둬들여 지난 2분기에 거둬들인 2억원과 비교해 400배 이상 차이 난다.
이로 인해 보장성 보험이 2조215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 소폭 늘었지만, 저축성 보험 원수보험료는 26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2% 크게 증가했다.
저축성 보험은 저축과 보장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보험이다. 보장성 보험과 비교해 계약자가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 부담이 크지만, 보험계약 만기 시 이전에 낸 보험료와 이자까지 목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이 있다.
특히, 일시납 저축성 보험은 계약자가 한 번에 큰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료 수익이 한 번에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만기 시 보험금이 한 번에 크게 빠져나가고, IFRS17(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 시 저축성 보험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재무적인 부분에서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현대해상은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가 지속적인 측면이라기보다는 비정기적으로 상품 판매를 재개함으로써 지난 3분기에 단기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일시납 상품 판매를 하고 있지 않다.
최근 손해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보장성 보험은 계약자가 사고 발생 시 계약에 보장된 내용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받지만, 보험금을 타지 않고 계약이 만기 되더라도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한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상품 판매 추이를 보면,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000810)가 올해 3분기에 거둬들인 원수보험료를 보면, 보장성 보험은 2조61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8% 소폭 증가했고, 저축성 보험은 414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과 비슷한 규모인
DB손해보험(005830)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산한 저축성 보험 원수보험료는 1338억원으로 퇴직연금 원수보험료가 크게 줄어 전분기 대비 71.9% 감소했다. 보장성 보험은 2조266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2% 늘었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는 이유는 보장성 보험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저축성 보험은 예금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급하는 보험금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반면, 보장성 보험은 손해율이나 예정이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성장성이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축성 보험 판매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10월 진행한 ‘2022년 보험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보험산업 수입보험료는 올해보다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명보험은 1.7%, 손해보험은 4.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내년 보험산업은 경제 정상화에 따른 성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손해보험은 질병, 상해, 운전자보험을 중심으로 장기손해보험 성장세가 지속되고, 배상책임보험 시장 확대와 신규 위험 담보 확대 등으로 일반손해보험 성장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손해보험사 종목별 수입보험료 전망도 함께 발표했다. 장기손해보험과 자동차보험, 일반손해보험은 5.2%, 2.1%,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저축성 보험과 개인연금은 - 21.4%, - 9.5%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해상은 저축성 보험 판매 확대 가능성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시납 저축성 보험 판매를 열었던 경험이 있고 크게 영향이 갈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보장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이번에 저축성 보험 비중이 커졌다고 해서 저축성 보험에 집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