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예고된 험로…어피니티와 갈등 '팽팽'
수년간 IPO 추진 약속했지만, 성과 없어…진정성 의심
거래소, 경영상 영향 여부에 따라 ‘주주 간 분쟁’ 판단
공개 2021-11-29 08:55:00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교보생명이 증시 입성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기업공개(IPO) 완주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대 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을 매듭짓지 못해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부터 험로가 예상돼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그동안 교보생명이 IPO 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제대로 시행한 바가 없어 이번 IPO 추진에 진정성을 의심하며 최대 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주식매수를 요구하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IPO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교보생명은 내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번 교보생명의 IPO 추진 발표는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에는 대주주 간 발생한 국제 중재로 인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교보생명은 상장 예비심사를 위한 기업 규모, 재무 및 경영 성과, 기업의 계속성 등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어피니티컨소시엄, 신뢰 상실…풋옵션 이행 주장
 
교보생명은 이번 IPO 추진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문제는 2대 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2015년 9월까지 IPO 추진을 약속하며 재무적 투자자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는 최대 주주에게 주식매수를 요청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 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창재 회장(33.78%)에 이어 교보생명의 2대 주주다.
 
지난 9월 기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9.05%, IMM프라이빗에쿼티 5.23%, 베어링 PEA 5.23%, GIC 4.50%의 주식을 보유해 총 24.01%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창재 회장과 주주 간 계약 체결 후 약속기한이 넘어서까지 IPO를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8년 최대 주주에게 풋옵션을 요구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주주 간 계약체결 당시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한 주식을 주당 40만9912원에 매수하라고 요구했다. 신창재 회장 측은 주당 가격 산정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풋옵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9년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 신청을 했다.
 
지난 9월 ICC는 중재 결과를 발표했지만, 양측은 서로 다르게 해석하며 승소를 주장했다. 교보생명 쪽은 풋옵션 가격으로 산정된 주당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매수하거나 이자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으므로 신창재 회장이 승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어피니티컨소시엄 쪽은 가격 산정에 있어서 신창재 회장이 산정 가격을 제출하지 않아 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주주 간 계약 위반이라는 점은 인정됐기 때문에 풋옵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작년 4월 풋옵션 의무 이행을 요구하며 신창재 회장이 보유 중인 주택과 2년치 배당금, 급여, 보유 주식 중 일부 등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신창재 회장은 지난달 19일 법원에 가압류를 풀어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가압류 해제와 풋옵션 이행 가처분에 대한 법원 소송 결과는 내달 정도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8년 풋옵션 행사를 요구했지만, 신창재 회장은 시간만 끌어 제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라며 “신창재 회장은 20년 전부터 교보생명 IPO 추진을 여러 차례 말했지만, 실제로 이행된 적이 한 번도 없어 이번 IPO 추진 발표 역시도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직접 주식 가치를 산정한 안진회계법인은 교보생명에서 주장한 과도한 가치 산정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이 입수 가능한 자료를 근거로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평가방법을 사용해 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의 가격은 어떤 하나의 가격만이 정당한 가격이라고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풋옵션 산정 시 시장가치평가법(상대가치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비교 대상 기업의 최신재무제표 등 공시자료와 교보생명이 제한적으로 제공한 자료들을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IPO 추진 첫 단계부터 난항
 
이로 인해 내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 세칙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경영 독립성과 경영 지분 당사자 간 관계, 지분 구조의 변동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회사나 최대 주주의 분쟁 및 소송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발생 사유나 상장 신청인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해 파악하고 파급효과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
 
여기에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신창재 회장에게 가압류한 주식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최대 주주의 주식 의무 보호예수'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당초 예상한 내달 중 상장 예비심사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주식 의무 보호예수는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 등을 일정 기간 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거래소는 주주 간 분쟁의 심각함 정도에 따라 예비심사 승인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주주 간의 분쟁 자체가 심사에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단순히 주주 간의 분쟁 발생 여부에 따라 심사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회사 경영에 어느 정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라며 “만약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략적인 이유를 전달할 뿐 구체적인 탈락 사유까지는 설명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인 IPO추진을 통해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가압류한 한 신창재 회장의 자산에 대해서도 해제될 것으로 전망하며 핵심 상장 요건을 모두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달 중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자발적으로 가압류를 해제하거나 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어피니티컨소시엄은 IPO 추진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이번 IPO 재추진을 통해 풋옵션에 대한 부분이 해소되고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