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투자·차입금 상환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영업이익률 30%·부채비율 55% 등 차입 여력 충분공장 증설과 지분 인수에 단기간 현금흐름 급격히 악화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대유(290380)가 시설투자와 단기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38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안정적인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자금조달이 아닌 주주들에게 부담을 주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유는 800만주의 기명식보통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태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의 55.3%에 달하는 규모로 예상모집가액 주당 4750원 기준 총 38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모집한 자금은 지난 9월부터 투자에 들어간 신규공장 관련 투자와 일반운전자금을 위해 지난해 농협·우리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조기상환청구가 예상되는 제1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도 사용될 계획이었으나 23일 자체 자금으로 남아있는 제1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하면서 이를 소각하기로 함에 따라 다른 차입금 상환에 우선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유의 영업실적과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형태의 자금조달 방식을 선택한 것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재무구조를 볼 때 차입여력 등이 충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018년 287억원, 2019년 296억원, 2020년 336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8년 70억원, 2019년 53억원, 2020년 46억원으로 점차 줄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크게 좋아졌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30% 늘어났다.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31.8%에 달했다.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현금창출력도 나쁘지 않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대유의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6년 44억원, 2017년 69억원, 2018년 42억원, 2019년 36억원, 2020년 45억원으로 5년 연속 플러스(+)였다. 올해 2분기까지는 잉여현금흐름이 -9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비료와 농약부문 매출의 계절성으로 인해 매출채권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통 4분기에는 현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도 3분기까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으나 4분기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연간 잉여현금흐름은 45억원으로 마무리됐다.
재무안정성 지표도 우수하다. 올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5.4%로 지난해 말 43.2%에 비해 12.2%p 상승했지만 적정기준(2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19.3%로 역시 적정기준(30%)에 미치지 않고 있다.
물론 올해 9월부터 시작된 괴산 공장 신설 투자와 앤디포스 지분 취득 등 투자로 현금흐름이 단기간에 악화,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상태다.
올 3분기 말 기준 대유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매출의 계절성(비료·농약부문 매출채권 증가)으로 인한 자산과 부채의 변동으로 25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여기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공장 신축과 관련된 유형자산 취득과 보유하고 있는 사모투자합자회사·신기술조합의 지분 취득·해산에 따른 당기손익인식 금융자산 순취득, 관계기업에 대한 투자자산 취득이 발생하면서 -509억원을 기록했다. 차입을 통해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158억원의 유입이 발생했으나 전체적인 현금유출을 막기에는 부족했고 9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6억원으로 지난해 말 451억원 대비 83.2% 줄어들었다.
또한 현금및현금성자산 감소와 은행 차입금 발생 영향으로 3분기말 유동비율은 94.9%로 전년말 대비 233%p, 전년 동기 대비 492.3%p 하락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상환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로 200%가 넘으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작년처럼 4분기 매출채권이 현금화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현금유입이 발생한다고 해도 시설투자가 본격화된 만큼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의 유출로 인해 연간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재무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유상증자로 시설투자 자금을 확보하면서 단기차입금 상환을 통해 이자비용을 줄여 현금흐름의 급격한 악화를 막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상증자로 인해 발생하는 장점에 좀 더 집중해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자금조달의 주된 목적이 미래 성장을 위해 생산량(CAPA)을 늘리는 시설투자인 만큼 주주들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