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티지에"…삼성전기, FC-BGA 투자 만반의 준비
“시장 선점 위해 연내 투자계획 발표하고 케파 확대할 듯”
공개 2021-11-25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고사양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가 품귀 현상을 보이며 기업들의 설비투자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FC-BGA가 PC를 넘어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에 활용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삼성전기(009150)도 1조원 이상의 투자에 나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에 공급하는 FC-BGA가 신규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연결기준 3분기 매출 2조6887억원, 영업이익 457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총차입금은 1조3803억원으로 전 분기(1조7975억원)보다 4173억원 줄면서 재무개선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지속적인 차입금 감축 노력을 지속해오면서 2017년 25.8%였던 순차입금의존도(순차입금/총자산)가 2018년 14%, 2019년 13.5%, 지난해에는 4.2%까지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2.3%까지 낮아졌다. 통상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순차입금의존도가 30% 미만이면 재무적으로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이 같은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삼성전기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수요 증가와 사업성이 높은 핵심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대표적으로 영업적자를 내던 기판사업부 내 경연성회로기판(RF-PCB) 사업을 지난달에 생산·판매 중단 및 잔여자산 처분 공시를 내고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RF-PCB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주 기판을 연결하는 부품이다. RF-PCB는 단단하고 접히는 성질이 모두 있어서 제품 설계가 쉽고 전기신호를 빨리 전달한다.
 
삼성전기가 RF-PCB 사업을 접는 이유는 프린트 서킷 보드 분야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경쟁사가 많아 레드오션으로 분류되는데 최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단가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 분야에서 나노(10억분의 1·1nm)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방식은 반도체패키지기판의 기술적 최상단에 위치해 있어 진입장벽이 높아 일본과 대만, 한국 등의 일부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FC-BGA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되는 컨트롤러용 FC-BGA와 스마트 TV 등의 디스플레이 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 FC-BGA로 나뉘며 반도체칩과 기판을 볼 형태의 범프로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판이다. 현재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기 신호가 많은 반도체에 주로 사용된다.
 
 
여기에 FC-BGA는 최근 공급 부족으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업계 선두권인 삼성전기의 경우 최근 애플의 독자 생산칩인 M1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애플은 그동안 인텔과 AMD가 만든 반도체 칩을 사용했는데 지난해 반도체 독립을 선언하며, M1 칩을 선보였다. 애플이 설계한 M1에는 FC-BGA가 사용되는데 삼성전기가 일부를 공급하며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삼성전기는 대규모 반도체패키지기판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자본적 지출(CAPEX)을 억제해 오면서 차입금을 낮춰왔던 만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에도 크게 부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기가 FC-BGA 분야에 1조원가량의 투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CAPEX(7362억원)보다 많은 금액으로, 기판솔루션 분야에만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1455억원과 비교해 약 587%가 증가한 수치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FC-BGA는 프로세서의 대형화와 복수 칩 통합 추세에 따라 대면적화되고 있어 생산능력 잠식이 크고 기술 제조 난이도가 높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삼성전기는 대규모 투자와 제품 고도화로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기판사업의 경우 기존 생산물량을 FC-BGA로 돌릴 경우 10개의 생산물량이 그 절반인 5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최근 출시된 CPU 등은 성능이 향상되면서 물리적 부피가 증가했고 그에 맞는 기판을 생산하기 위해선 더 커진 용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업계 관계자는 “MLCC 업황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패키지기판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시장 확대에 중요한 시기로 꼽히는데, 산업이 규모가 있어 조단위 투자가 돼야 퍼포먼스가 차이가 난다”라며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삼성전기가 연내 투자 발표를 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FC-BGA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케파(생산능력) 확대 가능성은 있다”라며 “다각적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재 언급되고 있는 투자에 대해선 명확히 정해진 게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