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성장통 사이…연임 갈림길 놓인 허정수 KB생명 대표
작년에 이어 적자 지속…업계 내 최하위 올라
방카·GA 힘주며 비용 발생…푸르덴셜 통합 변수
공개 2021-11-15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17위→24위.’ 최근 5년간 KB생명의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순위 변화다. 대형금융사인 KB금융(105560)지주를 등에 업고 있음에도 전체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하위에 이름을 올리며 체면을 구긴 것이다. 지난 2018년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KB생명 방향 키를 잡은 허정수 KB생명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KB금융의 위상에 걸맞은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취임 일성과 달리 체질 개선은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보험계열사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보험을 비롯해 KB손해보험의 경우 실적 호조를 보인 반면 KB생명의 실적만 뒷걸음질 치면서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허 대표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내달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의 연임 또는 교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연말 8개 계열사 대표의 임기가 모두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임기 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다수의 연임이 점쳐지는 가운데 허정수 대표는 갈림길에 놓인 형국이다.
 
KB금융의 계열사 CEO 임기는 통상 기본 2년에 연임 1년을 더한 ‘2+1’ 형태로, 허 대표의 경우 지난 2018년 최초 선임된 이후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하며 모든 임기를 채운 상황이다. 허 대표가 선임될 당시 보험업계에서는 KB금융 계열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생명보험사를 강화하려는 제스처로 풀이했다.
 
1960년생인 허 대표는 KB손해보험 재무관리부문 부사장과 KB금융 재무총괄(CFO),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거친 재무통으로, 현대증권 인수와 LIG손해보험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의 실무를 총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생명은 허 대표 취임 이후 오히려 더 부진한 성적표를 내면서 여전히 KB금융지주의 계열사 중 가장 실적이 저조한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허 대표 취임 전인 2017년 말 190억원 수준이던 KB생명의 순익은 2018년 말 157억원,  2019년 141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지난해 말 마이너스(-)24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17년말 업계 17위였던 당기순이익 규모는 7단계나 하락한 24위까지 떨어졌으며, 자기자본은 16위에서 18위(5365억원)로 내려갔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8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순이자이익, 순수수료이익을 포함한 총영업이익은 4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4% 줄었고, 영업이익은 119억원에서 81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이는 KB금융의 실적이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하면서 연간 기준 ‘4조 클럽’에 청신호가 켜진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KB금융 내에서 적자를 낸 곳은 KB생명과 KB데이타시스템이 유일하다. 여기에는 독립대리점(GA)과 방카슈랑스 채널 경쟁력 확대에 비용이 늘어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허 대표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와 GA를 핵심 채널로 운영하면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작년 말 디지털비즈실을 디지털비즈본부로 확대하는 등 미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난 2018년 1월 허정수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KB생명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장기적 연착륙을 위한 성장통이라는 시각과 리더십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방카슈랑스 채널의 초회보험료 유입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만해도 110억원에 불과했던 방카슈랑스 채널의 초회보험료는 작년 말 1617억3400만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8월에는 74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생명의 영업이익률은 -2.18%로 전년동기 대비 3.10%포인트 하락했으며 총자산수익률(ROA)와 자기자본수익률(ROE)은 각각 -0.20%, -3.82%로 0.42%포인트, 7.26%포인트 떨어졌다. 지급여력비율(RBC) 역시 작년 말 188.43%에서 184.45%로 내려간 상태다. 특히 RBC비율은 올해 3월 말 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 발생과 신규 투자 확대에 따른 신용위험액 증가 등의 여파로 153.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KB금융지주로 편입한 푸르덴셜생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올해 3분기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556억원으로 1년 전(111억원)보다 2202%급증했다. 상반기 푸르덴셜의 RBC비율과 ROA는 각각 368.65%, 1.22%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률은 13.58%로 생보업계 1위를 차지했다.
 
푸르덴셜생명의 호조 또한 허 대표의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푸르덴셜생명과 물리적·화학적 통합과정에서 조직 내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하며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 인수 과정에서 통합 작업을 주도한 바 있지만, K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 리더십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민기식 푸르덴셜 대표의 경우 지난해 8월 2년의 임기로 취임하며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KB생명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푸르덴셜생명과 '라이프 원시스템(Life One System)'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초기 컨설팅 단계"라며 "아직 (시스템이나 물리적, 화학적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각사의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각 부문에서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대표의 임기 또한)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지주 대추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