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급한 불은 껐지만…멀고 먼 정상화의 길
트래블버블 시행에도 주요 노선은 회복 안 돼 실적 개선 더딜 듯
공개 2021-11-10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대한항공(003490)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272450)가 이달 초 진행한 유상증자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수익성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사이판과 괌 등 휴양지의 여행 노선이 확보되면서 여객 수요 증가 가능성은 기대되고는 있지만 일본과 중국 등 주력 노선의 운항은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다 LCC 특성상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답답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등하는 유가에 유류비 부담까지 커지고 있어 실적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의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은 4592억원으로 부채 4768억원 보다 적어 완전자본 잠식 상태다. 그러나 지난 2일 우리사주조합 및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률이 93.13%를 기록하며 약 12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지난 4~5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 결과 최종청약률이 749.14%로 집계되는 등 총 72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가 흥행하며 목표 금액을 모아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인건비 지급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진에어는 지난 2018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107억원을 기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미친 지난해에는 2718억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45억원에서 1904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하면서 2662억원에 달했던 자본이 9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부채비율은 467%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각 국가에서 방역을 강화하며 국경을 폐쇄하는 등 여객을 차단하면서 LCC들의 어려움은 가속화됐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020560) 등의 대형항공사들은 화물 운송을 늘리며 적자를 면하고 있지만, LCC의 경우 항공기 자체가 작고 화물 운송기로 전환하는 비용이 커 사실상 여객 수요 증가 외에는 개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진에어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1089억원을 내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1분기에는 1793%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더니 2분기에는 부채비율을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에 빚이 증가해 자산을 모두 팔아도 -176억원의 빚만 남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진에어는 유상증자와 함께 사모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750억원을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번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영구채는 만기가 있지만 발행회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계속 연기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회사채다.
 
진에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재무건전성 관리와 위드코로나를 대비한 국제선 운항 검토 등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도 진에어의 유상증자 흥행은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 전환에 따른 기대감이 크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면서 다른 국가들 역시 방역준수 조항을 두고 일부 여행객들을 받으면서 항공기 운항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공항에서 운항한 국제선 여객 수는 30만9000명으로, 9월(29만1000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 중 인천-사이판 노선은 탑승객은 9월 1400명에서 10월 3900명으로 178.5%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인천-괌 노선은 2100명에서 2700명으로 28.5% 늘었다. 사이판의 경우 올해 7월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이 체결되면서 일반 관광객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위드코로나에 따른 LCC 업종의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LCC들의 주력 노선인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여객 회복이 아직 더디다는 데 있다. 당장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여객 수요가 활발해질 때까지 버티겠지만,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기대감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진에어 운항노선. 사진/진에어
 
현재 진에어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보잉 737-800기 19대와 보잉 777기 4대로 총 23대다. 이중 보잉 777기는 운항 중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운항금지 명령에 의해 현재는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그나마 있는 19대도 대부분 국내 운항이거나 국제선 활용도 적다. 진에어의 11월 국제선 운항 계획을 보면 인천-괌 주 2회, 인천-후쿠오카 주 1회, 제주-시안 주 2회, 인천-디카 월 1회, 인천-세부 월 2회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여객이 증가하기 위해선 트래블 버블 등의 국가 간의 협상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주력 노선인 일본과 중국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단계적 회복이 아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내후년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올 3분기에도 진에어는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진에어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8% 늘어난 63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으로 전망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에어는 코로나 이후 항공기를 축소하면서 리스·감가비가 낮아졌으나,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국내노선에 증편하면서 국내여객 운임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제유가 상승, 환율 상승, 트래블 버블 중단 등 대외적 변수도 LCC들의 실적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LCC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LCC들이 여객 목적이 아니라도 비즈니스 노선을 통해 슬롯이나 카운터 등을 확보하고 있어 여객 수요가 증가하면 언제든 확충할 수 있다”라며 “문제는 해당 국가에서 방역지침을 풀어줘야 하는데, 방역 상황에 따라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