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술격차'로 D램 하락세 돌려세우나
DDR5 내년 양산 시작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안정화 기대
공개 2021-11-09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3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달부터 D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 다운 사이클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생산 확대를 위해 자본적지출(CAPEX)에 중점적인 투자로 공급량을 늘려왔던 양사가 이제는 신기술 개발을 통한 사이클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제조 업체들은 내년부터 신규 DDR5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반도체표준협회(JEDEC)에 정한 DDR5는 최대 전송 속도 6400Mbps(초당메가비트)로 DDR4가 3200Mbps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빠르다. 여기에 전작 대비 소비 전력이 약 10~20% 낮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차세대 D램인 DDR5 제품을 생산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양산에 나서는 DDR5는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적용해 14나노 D램을 구현했으며, 최고 7200Mbps의 전송 속도를 낸다.
 
최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이 고도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 등에서 고성능 DDR5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는 평택·시안 등에 공장 증설과 함께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P3 라인 인프라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DDR5 제품을 출시한 이후 내년부터는 EUV를 활용한 DDR5를 10나노급 4세대(1a) 기술을 적용해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DDR5 제품을 시장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 2013년에 출시된 DDR4에 이어 7년 만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됨에 따른 기대감도 있지만,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 반등을 위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71달러(4339원)으로 지난달과 비교해 9.51%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 상승했던 D램 가격이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한 트렌드포스도 D램 가격이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D램 현물 가격 시세. 사진/D램익스체인지
 
이처럼 시스템반도체보다 시장 가격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가격하락은 재고 물량 증가에 의한 것이 큰데, 시장 공급에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택한 것이 DDR5 양산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DDR5 양산에 돌입할 경우 기존에 공급하던 DDR4의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면서, D램 가격의 하락세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IB토마토>에 “DDR5는 일단 속도가 두 배 빨라지고 전력 소비가 감소되는 만큼 대용량 정보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자율주행이나 사물인터넷(IOT) 등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주효한 분야가 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량 증가를 위한 CAPAX 등의 설비투자보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역량을 확대한다고 한 점 역시 메모리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더 강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다수 존재해 내부적으로 투자계획을 논의 중”이라며 “인프라 투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계속하지만, 설비투자는 유연하게 업황과 연계해 대응한다는 기조를 유지한다”라면서 연간 시설투자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설비투자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나 최종 확정된 것은 없고, 매출의 30% 중반의 설비투자 유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라며 “생산능력이나 설비투자와 관련해 경쟁하는 것보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나아가는 연구개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양사의 연구개발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매출 대비로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기준 집행된 연구개발비용은 10조993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해서는 8.5%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총 21조2209억원을 집행했으며, 매출액 대비로는 9%에 달해 비용은 증가한 반면 비중은 낮아졌다.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 올해 상반기 기준 2조44억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집행해 매출액 대비 10.7%를 기록했다. 지난해 3조4819억원을 집행해 올해 금액은 더욱 증가했지만, 매출액 대비 비중은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와 D램. 사진/뉴시스
 
양사의 연구개발비용 비중이 낮아진 점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규모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려 저가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DDR5 같은 신제품 양산으로 빠르게 시장전환을 이끌어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게 된 것도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DDR5의 수율은 약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미세공정을 높이고 있어 향후 경쟁사들이 DDR5 생산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생산량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DDR5가 양산되는 시점에 맞춰 인텔이 이달부터 DDR5가 적용된 12세대 PC용 CPU ‘엘더레이크’를 출시하면서 DDR5 D램 교체가 점차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돼 D램 가격 안정화도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의 기능이 점차 고기능화가 되면서 연구개발 비용이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기존에는 PC·서버 등 사용처가 한정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그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적용할 기술 개발도 요구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