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생명이 위치한 서울 중구 DGB금융그룹 빌딩. 사진/강은영 기자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DGB생명이 작년 자산 건전성 개선을 위해 채권 재분류를 진행한 지 1년 만에 자산 건전성 위험 신호가 나타났다. 만기보유증권 전량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지만, 금리 상승 흐름이 도래하면서 미봉책에 불과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진행한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 효과도 크지 않아 자산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GB생명의 9월 말 기준 RBC(지급여력) 비율은 204.1%로 전년 동기 대비 70.2%p 큰 폭으로 하락했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DGB생명 RBC 비율은 분자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금액이 4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 줄었고, 분모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기준금액은 2122억원으로 18.8% 감소했다. RBC 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DGB생명은 작년 5월 채권 재분류를 진행한 바 있지만,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1년 만에 다시 건전성에 위협을 받게 됐다.
보험사들은 채권을 매도가능금융자산 또는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해 RBC 비율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 시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된 채권은 시장가치로 평가돼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 증가로 RBC 비율이 상승한다. 반대로 금리 상승 시에는 채권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분류하면 금리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자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RBC 비율 관리 측면에서 채권 재분류는 유용하지만, 오는 2023년 도입될 K-ICS(지급여력제도)에는 적합한 방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 재분류는 현행 RBC 비율 제도에서만 유용한 방법으로, 새로 도입될 K-ICS는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므로, 채권 재분류에 의해 지급여력비율이 변화하지 않는다”라며 “새로운 제도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이익의 내부 유보,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등 근본적인 자본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DGB생명은 작년 채권 재분류를 진행하며, 4조33억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겼다. 이를 통해 매도가능증권 규모는 총 5조4420억원으로 커졌고, 기타포괄손익이 4691억원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그 결과, RBC 비율은 크게 개선됐다. 작년 6월 말 기준 RBC 비율은 325.2%로 전분기 대비 137.3%p 상승했지만, 작년 말부터 금리 상승 흐름이 도래하면서 RBC 비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작년 9월 말 274.3%에서 작년 말 227.5%, 올해 3월 말에는 212.8%까지 떨어졌다.
하락세가 계속되자, DGB생명은 선제적인 자본 확충 차원에서 지난 5월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RBC 비율은 228.4%를 기록하며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9월 말 기준 RBC 비율은 지난 3월 말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후순위채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DGB생명의 후순위채 규모는 1750억원 규모로, 이들 채권 중 750억원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한다. 후순위채권은 발행 당시 모든 금액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만기가 5년 미만으로 남으면 자본으로 인정받는 금액이 매년 20%씩 줄어들게 된다.
DG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3분기 RBC 비율이 줄어든 것은 금리 상승에 대한 영향과 수입보험료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라며 “금리 변동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할 경우 추가 자본 확충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DGB생명은 당기순이익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120억원으로, DGB생명의 모회사
DGB금융지주(139130)가 누적 3분기 당기순이익 417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DGB생명은 이번 실적 부진이 회계정책 변경에 따른 보증준비금 소급 적용으로 작년 3분기 재무제표를 재작성한 효과에 기이한 일시적인 요인의 기저효과라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