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지난달 누리호의 궤도 안착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호의 실패 원인이 엔진 문제가 아닌 것으로 가닥이 잡힌 데다, 대선 주자 모두 우주 산업을 지지하고 있고 수주 상황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9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은 1조5425억원·영업이익은 10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실적은 전 분기보다는 줄었지만, 전년도 동기보다는 약 12.01%·영업이익은 9.56%·당기순이익은 103.11%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증권업계 추정치보다 각각 28.64%·63.1% 커, 증권업계에서는 계절적 요인으로 수주가 둔화하는 시기에도 좋은 실적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난달 21일 누리호 발사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누리호 발사에 대한 기대감에 10월19일 장중 5만2000원을 넘어섰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발사 이후인 같은 달 22일에는 4만7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0월17일에는 4만5000원대가 무너졌고, 11월의 첫 거래일인 이날에는 결국 4만3850원까지 떨어졌다. 누리호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내려가는 주가에 속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항공·투자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그 이유는 누리호의 궤도 안착 실패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 엔진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분석 결과, 누리호의 실패 원인은 마지막 3단 엔진이 계획보다 빨리 연소를 멈추면서 궤도에 오를 정도의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었다.
3단 엔진 조기 연소의 원인은 아직 분석 중이지만, 항우연 측은 엔진 자체의 결함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발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세부 원인은 분석 예정이지만, 엔진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추정한다”라고 발표했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 역시 “비행 전 계산한 바로는 연료가 부족하거나 엔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제작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누리호 실패는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실보다 득이 많은 이벤트였다”라며 “우주 산업 출발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누리호 2차 발사 예정인 내년 5월과 그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예정이어서 전망이 밝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앞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5차례 추가 발사하고, 10년 동안 공공분야에서만 100기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수주잔고가 충분하고, 재무안정성이 높아 추가 투자와 사업 확대 여력이 크다는 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고는 항공엔진 부문에서만 약 24조3474억65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항공기계 부문과, 연결실적에 포함되는 자회사인
한화시스템(272210)·한화디펜스·한화파워시스템의 수주까지 더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총 수주잔고는 31조8695억8000만원으로 늘어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높은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재무안정성도 꾸준히 관리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 상반기 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91.1%로, 일반적인 제조업의 적정 기준인 300%를 밑돈다.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5.9%를 기록하며 신용평가사의 건전성 기준인 30%보다 훨씬 낮았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4분기에는 원재료·물류비·개발비 등 여러 비용요인으로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겠지만, 방산 부문이 이를 만회하며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년도 4분기보다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16%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 부문 매출 비중은 24.2%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엔진 부문의 매출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항공우주업계 관계자는 “대선주자들도 모두 우주 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민간 주도의 우주 사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앞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