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중소형 생보사 중 지급여력 '꼴찌'…건전성 '빨간불'
만기 5년 이내 후순위채 1500여억원…자본 인정 금액 20%씩 감소
IFRS17 도입으로 자본적정성 유지 부담 가중
2023년 도입되는 K-ICS 제도 대비에 집중…“큰 문제 없을 것”
공개 2021-11-03 09:30:00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사진/흥국생명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생명보험업계 자산규모 9위인 흥국생명이 중소형 생보사 중 지급여력 순위는 최하위로 나타나며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흥국생명은 만기가 5년 이내로 접어든 후순위채권 규모가 1500여억원이나 되는데 자본인정액이 매년 20%씩 줄어드는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부채 시가평가 부담이 현실화되면 자본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져 자본적정성 관리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올해 상반기 기준 RBC(지급여력) 비율은 171.1%로 전분기 대비 2.8%p 하락했다. 이는 생보업계 평균인 272.9%보다 낮은 수준이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보험업법 상에서는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흥국생명은 생보업계에서 자산규모로 9위에 해당하는 중형 생보사지만, 여타 중소형 보험사와 비교해 RBC 비율은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5~10위권에 해당하는 중소형 생보사는 미래에셋생명(085620), 신한생명, 동양생명(082640), 오렌지라이프, 흥국생명,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이다. 이들의 RBC 비율은 각 210.1%, 243.5%, 223.6%, 365.6%, 171.1%, 234.0%로 RBC 비율이 200%를 밑도는 것은 흥국생명이 유일하다. 지난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한 신한라이프는 각자 별도 집계됐다.
 
흥국생명 RBC 비율은 분자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금액이 3조39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 늘었으나, 분자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기준금액도 1조776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신규투자에 따른 신용위험액과 시장위험액이 증가하는 등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부채와 자본 구조를 살펴보면, 책임준비금이 76.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본비율 관리 목적으로 발행한 후순위채권이 0.9%, 신종자본증권 비중은 1.9%다.
  
문제는 후순위채의 상당수가 잔존만기가 짧아 자본인정액이 차감되고 있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의 올 상반기 기준 후순위채 규모는 2945억원이다. 하지만, 이 중 만기가 5년 이내로 접어든 후순위채는 1486억원으로, 전체 후순위채권 규모 중 72%를 차지한다. 이들 후순위채권은 오는 2023년 만기가 도래한다.
 
후순위채권은 발행회사가 파산하면 다른 모든 채권을 우선변제하고, 잔여 재산이 있는 때에만 마지막으로 상환 받을 수 있다. 이 채권은 발행 당시 모든 금액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만기가 5년 미만으로 남으면 자본으로 인정받는 금액이 매년 20%씩 줄어든다.
 
여기에 오는 2023년부터 적용되는 IFRS17로 인해 자본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책임준비금 규모가 매번 바뀌게 되고, 이로 인해 자본이 감소할 수 있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IFRS17 도입 등으로 자본 적정성 유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라며 “RBC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성 회복을 통한 내부자본 창출 능력과 위험관리 강화 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흥국생명은 앞으로 도입될 K-ICS 대비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K-ICS는 자산과 부채를 완전 시가평가해 가용자본을 산출하고, 금융과 보험환경이 악화할 때 예상 손실을 요구자본으로 산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면, 현행 RBC 제도는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RBC 비율 적용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으로, 앞으로 적용될 K-ICS제도에 대한 대비에 집중하고 있으며, 시가로 평가될 경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조달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흥국생명 모회사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 11일 만기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이 출소함에 따라 그룹 경영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내 주력금융계열사로, 이호진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6.3%를 보유하고 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