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유증 나선 농협캐피탈, 선두권 경쟁 채비 '스타트'
자본확충 통해 금융당국 레버리지 한도 규제 대응
디지털 채널 확대·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 사업 강화
공개 2021-10-29 09:30:00
사진/NH농협금융지주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NH농협캐피탈이 역대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선두권 경쟁에 나서기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섰다. 자본확충을 통해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한도 규제에 대응하고, 사업 강화를 위해 디지털 채널 확대와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협캐피탈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신주배정기준일은 내달 2일이며, 보통주 1600만주는 모회사 NH농협금융지주로 전액 배정된다.
 
농협캐피탈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18년 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진행한 유상증자는 모두 1000억원 규모였지만, 이번에는 2000억원으로 역대 가장 크다.
 
농협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정부의 레버리지 규제 한도를 넘어서지 않기 위해 결정된 것”이라며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캐피탈의 정부 규제 대응과 외형적 성장을 위해 이전보다 큰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레버리지 한도를 조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유동성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강화방안에 따르면, 캐피탈사 등 비카드사들의 레버리지 한도를 10배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레버리지 한도를 내년에 9배로, 2025년 이후에는 8배로 조정한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에서 자본금을 나눈 값으로,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 규제에 맞춰 레버리지 한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늘리거나, 총자산을 줄여야 한다.
 
농협캐피탈의 레버리지 배율은 최근 계속 높아져 정부가 정한 한도에 근접한 상태다. 2018년 8.0배에서 2019년 8.1배, 작년에는 8.9배까지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8.5배를 기록해 다소 낮아졌으나, 업계 평균인 7.0배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협캐피탈 총자산은 계속해서 확대됐다. 자산 규모는 지난 2018년 4조5543억원, 2019년 4조9603억원, 작년에는 5조791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은 5조9197억원으로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자산 증가와 함께 자본 규모도 늘었다. 농협캐피탈 자본금은 지난 2018년 5723억원에서 2019년 6110억원, 작년에는 6542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는 6950억원을 기록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농협캐피탈이 자산과 자본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산은 캐피탈업계 평균인 6조9819억원과 비교해 80% 수준에 머문다. 자본금은 업계 평균인 9509억원과 비교해 70% 수준에 그친다.
 
 
농협캐피탈은 자본확충을 바탕으로 캐피탈업계 선두권 경쟁에 나서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협캐피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자동차금융과 기업금융은 각 영업자산의 41%, 38%를 차지한다.
 
농협캐피탈은 수입차 딜러사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범농협 플랫폼을 활용해 신차중심으로 자동차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자산건전성이 담보되는 오토리스 사업 규모를 늘렸다. 상반기 기준 오토리스 규모는 1조5325억원으로 전체 자동차금융 중 66%를 차지한다.
 
또, 지난 2017년부터 인수금융과 회사채대출, 투자금융 등 농협금융그룹 공동투자를 통해 기업금융을 확대했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일반대출 중 기업금융 비중은 61%로, 규모는 1조9519억원으로 나타났다.
 
농협캐피탈은 자동차금융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자동차금융은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 채널을 확대하고, 기업금융은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농협캐피탈 관계자는 “자산과 자본이 업계 평균 대비 뒤처진 상황으로, 선두권들과 경쟁을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한편,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캐피탈 유상증자에 앞서 주요 금융계열사에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29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그다음 날에는 NH투자증권도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 유상증자에는 모두 농협금융지주가 제3자배정 대상자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