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유동성' 전략이 바뀐다)⑤생보·캐피탈·증권, 위험관리 '적신호'
생보사, 채권가격 하락으로 지급여력 하락 우려
신용등급 열위 캐피탈사, 유동성 차입비중 줄여야
증권사, 해외대체투자 부실 위험 가능성도
공개 2021-10-18 09:30:00
유동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내 자산매입 축소, 이른바 ‘테이퍼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오르면 당장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힘들어진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조달 후 금융비용이 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유동성이 사라지는 상황에서의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연 1%대 기준금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위축 가능성이 불거지며 일부 금융사는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흡한 생명보험사는 자본관리능력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수익성과 조달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는 세계적인 유동성 축소로 해외대체투자 부문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임지원, 서영경 위원이 0.25%p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를 고려하면 연 1%대 기준금리 시대가 1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셈이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지만, 지난 8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에서 0.75%로 0.25%p 인상한 바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개시도 임박한 분위기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12일(현지 시간) 국제금융협회 연례 회의에서 ‘상당한 추가 진전’ 기준이 물가안정 목표와 관련해 충족하고도 남았다며 최대 고용 요건은 거의 충족됐다고 언급했다. 앞서 연준은 평균 2%의 물가상승률과 최대 고용이라는 기준에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지면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국내외적으로 유동성 축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생명보험사의 RBC비율이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자본관리능력 미흡한 생보사, RBC비율 하락
 
한국신용평가는 한화생명(088350)과 KDB생명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전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열위한 자본관리능력이 우려된다며 업계 평균을 밑도는 지급여력(RBC)비율이 주된 이유라고 부연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한 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요구자본에서 보험사의 자본 양을 의미하는 가용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며 가용자본은 기준금리 인상 시 채권가격 하락에 따라 감소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205%로 집계됐으며 부채구조가 유사한 여타 대형 생보사는 30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험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RBC비율은 100% 이상이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하지만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200% 이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부 보험사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적용 시기는 내년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KDB생명의 RBC비율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자체 RBC 유지능력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계열의 증자와 후순위채 인수 등 재무지원,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RBC비율을 200%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나 외부 지원이 지속돼야 지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B생명은 여력기준금액 대비 순이익 비율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개년 간 평균 4.3%로 업계 평균 10.4%를 6.1%p 하회했다. 해당 비율은 RBC 유지능력을 보여준다.
 
KDB생명이 RBC비율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낮은 수익성이다. 지난해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22%로 업계 평균 0.36%를 0.14%p 밑돌았다. 그러나 KDB생명의 대주주는 KDB산업은행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C파트너스로 변경될 예정이다. 한신평은 PEF 특성상 계열 지원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며 인수회사에 대한 지원 여부 결정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채권가격 하락으로 RBC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투자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는 등 양면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차역마진 해소로 수익성이 제고되는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이차역마진은 이자수익 대비 이자비용이 더 큰 상황을 의미한다.
 
신용등급 하위 캐피탈사, 수익성·조달안정성 저하
 
한신평은 금리 상승 시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 특성상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신용등급 하위사는 수익성과 조달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탈사의 실적과 조달구조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보탰다. 한신평은 A캐피탈을 주요 모니터링 캐피탈사 중 하나로 꼽았다. A캐피탈은 JT캐피탈의 후신으로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사명을 변경했다.
 
A캐피탈은 유동성 차입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 캐피탈 등 대체 차입채널을 발굴했지만, 지난해 조달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 1분기 유동성 차입비중이 78.3%로 불어났다. 금융권은 금리 인상기에 유동성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감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A캐피탈은 순이익이 쪼그라들었다. 2019년 38억원을 시현했으나 지난해 –5억원, 올 1분기 –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다만 A캐피탈은 대주주를 변경하며 체질 개선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 8월 PEF운용사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와 키스톤PE는 일본 금융그룹 J트러스트로부터 JT캐피탈을 1165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사명 변경과 함께 사업영역에 신기술사업금융업,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신탁업, 투자중개업 등 투자금융 등을 추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사진/뉴시스
 
증권사, 해외대체투자 부실 위험
 
기준금리 인상이 증권사들의 채권운용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신평은 이같이 밝히며 간접적으로는 유동성 축소로 제반 영업환경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주요 모니터링 증권사로 메리츠증권(008560), 신한금융투자를 언급하며 해외대체투자 부실 발생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부동산과 항공기 투자 등에서 약 1500억원 상당의 손상을 인식했다며 요주의이하자산, 해외대체투자 위험노출액(익스포져) 규모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손상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감안하면 투자자산의 추가적인 손상 부담은 감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올 6월 말 메리츠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은 8551억원으로 전년 동기 7761억원 대비 10.2% 늘어났다. 메리츠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은 2018년 2326억원에서 2019년 4544억원, 지난해 843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순요주의이하자산 대비 자기자본도 4.3%, 9.1%, 16%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신한금융투자에 대해서는 해외대체투자자산 관련 대손비용 인식 등 비경상적인 손실 발생이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건전성이 저하된 해외대체투자자산 등에 대한 대손상각비 약 1000억원을 반영했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수익성은 경상적인 수익창출력 대비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올 6월 말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은 31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0억원과 비교해 427% 올라섰다. 그러나 동기간 ROE는 13.6%, 2.8%로 업계 평균 15.5%, 7.2%를 각각 1.9%p, 4.4%p 밑돌았다. 다만 지난해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202.6%, 영업이익은 5949억원으로 경상적으로는 우수한 이익을 창출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해외대체투자자산에 대한 위험 점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라며 “금리 인상에 따라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