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푸르덴셜생명보험이
KB금융(105560)지주의 품에 안긴 지 1년 만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알짜 자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룹 보험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익을 시현한데 이어 KB생명보험, KB손해보험과의 연계 영업과 공동시스템을 구축하며 시너지를 제고하는 모습이다. KB금융 역시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임기 반환점을 돈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사장이 생명보험업계 마켓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인다.
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은 이달 초 입찰 공고를 내고 KB금융 보험 자회사인 KB손해보험, KB생명보험과 함께 ‘바젤Ⅲ 운영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을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운영리스크 관리시스템은 KB지주 내 보험3사를 대상으로 구축되는 신규 통합 시스템으로, 푸르덴셜생명은 보험 계열사들과 함께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과 국제결제은행(BIS)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바젤3 등 국내외 기준에 따라 리스크에 대한 질적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에 편입된 이후 보험 3사가 처음으로 함께 만드는 시스템으로 운영리스크 관리시스템 개발은 이달 중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착수, 7월 경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KB금융 내 손해보험, 생명보험사들과 각자 경영체제와 시스템을 운영하던 것에서 협력을 본격화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8월 말 푸르덴셜생명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KB금융은 같은 해 9월 그룹 경영실적부터 푸르덴셜생명의 연결실적을 100% 포함시켰지만, 푸르덴셜생명을 기존 자회사인 KB생명과 합치지 않고 각각 민기식, 허정수 대표 체제의 독립 조직 형태로 운영해 왔다.
물리적·화학적 통합과정에서 조직 내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방카슈랑스 등에 강점이 있는 KB생명과 달리 푸르덴셜생명은 라이프 플래너(LP)를 중심으로 보장성보험·퇴직연금·연금보험 등을 판매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푸르덴셜생명은 현재 KB생명과 주요시스템을 공동개발하기 위해 프로세스 혁신(PI) 컨설팅 업무를 수행할 업체도 모색하고 있다.
'라이프 원시스템(Life One System)'으로 명명된 이번 시스템은 미래 보험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생명보험 시스템으로,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은 이달 중 계약을 체결 후 내년 상반기까지 공동 개발을 통해 각사에 개별 설치·활용할 계획이다.
사진/KB금융지주
본격적인 보험사 통합 전에 IT·운영 리스크 등 시스템을 우선 통일한 후 디지털과 건강관리 부문 등 보험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 창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같은 생명보험계열이 아니더라도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간 이종협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예컨대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KB손보가 내놓은 헬스케어 사업에도 동참할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재 KB손보는 요양사업을 전문으로 다루는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최근 보험업계 처음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 설립에 대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본사에 KB손보 소속의 ‘푸르덴셜타워 교차판매사업단’을 입주시켜 교차판매를 실시하기도 했다.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지주 내 푸르덴셜생명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푸르덴셜생명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9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9.1% 급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KB생명은 1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KB손보는 0.8% 감소한 1429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계열사 중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푸르덴셜생명은 1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도 결의했다.
지주 내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45.2%로 전년대비(27.2%) 18%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순익 기여도는 7.8% 수준이다. 지난해 임기 2년으로 선임된 민 대표의 입장에서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원만한 통합을 위한 판을 짜고, KB손보와의 협업을 늘릴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금리 상승과 배당으로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한 가운데 상품 개발 과정에서의 소비자 보호와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관련 위험률 산출기준 등이 불합리하다고 지적받은 점은 부담 요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푸르덴셜생명에 대해 LAT 방법과 절차와 관련해 신규 위험률을 구분해 산출하는 기준 등이 미흡하다며 개선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상품 개발 시 고령층 등 소비자 보호절차에 대한 사전 검토·점검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합시스템 개발은) 리스크 관리와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협업을 강화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