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투자 늘리는 SK가스···빚 쑥쑥에 재무안정성 흔들
총차입금의존도 40% 이상·수익성 악화 문제도
LPG 가격 인상에 상반기 영업익 40% 이상 줄어
공개 2021-10-07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가스(018670)가 최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추가 투자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총차입금의존도가 위험신호를 내고 있는 데다 단기성차입금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LPG 가격 변동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재무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지난 23일, 사우디 국영석유화학기업 APC와의 합작법인(JV) APOC에 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이번 추가 투자는 생산 품목 확대에 따른 것으로, APC가 애초 생산 예정이던 프로필렌(PDH)·폴리프로필렌(PP)에 이어 지난해 이소프로필알콜(IPA)까지 생산 품목에 추가하기로 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프로필렌은 석유·천연가스 정제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로,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돼 수요가 많다. 폴리프로필렌 역시 포장 용기·자동차 부품 등의 소재로 사용돼 수요가 꾸준한 제품이다. 추가 생산 예정인 IPA는 반도체·LCD 등 미세 IT 부품 세척에 쓰인다. 생산제품을 다양화해 미래 먹거리인 가스 화학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SK가스 측의 설명이다.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군에 대한 투자로 SK가스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계속된 투자로 인한 현재의 재무안정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K가스가 사우디 합작공장 건설을 위해 투자하는 총금액은 1500억원이다. 반면 SK가스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금 수준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은 올해 상반기 기준 –104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1593억원에서 1년만에 106.78%가량 감소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면 추가 투자를 할 때 새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SK가스 측은 이에 대해 "상반기 신규 사업 관련 투자로 일시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표시가 됐다"라며 "예정됐던 투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추가 자금 조달 계획도 없다"라고 전했다.
 
부채비율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135.2%였던 SK가스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147.4%로 커졌다. 수치 자체로는 걱정할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지난해 130%대였던 부채비율이 140% 후반으로 늘었다는 점과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등급하향 검토 기준으로 부채비율 180%를 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차입금의존도도 증가했다. SK가스의 총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41.5%에서 올해 상반기 43.8%로 늘었는데, 일반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30% 이하일 때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의 비중이 커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가스의 올해 상반기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936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080억원보다 54%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상반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257억원 수준이어서, 단기성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의 약 92%로 턱 밑까지 올라온 상태다.
 
SK가스 관계자는 "단기성차입금 중 7000억원가량은 LPG 판매를 통해 회수되는 구조여서 유동성 위험은 없다"라며 "신평사의 평가방법론에서 유산세 차입금을 매입채무 성격으로 보고 있어서 차입금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입금 증가에 대해서는 "차입금 중 약 570억원은 회계 기준 변경으로 인식된 리스부채여서 실질적으로 차입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LPG 가격 인상으로 SK가스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SK가스의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46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줄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42% 이상 감소했다. SK가스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택시 이용률 감소로 수송용 LPG 판매가 줄었다”라며 “LPG 가격이 상승해 국내 LPG 업황이 부진하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LPG 사업은 지난해 기준 SK가스 매출 비중의 98.9%를 차지한다. SK가스가 LPG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에서 공급하는 10월 국제 LPG 프로판가스 가격은 1t당 800달러로, 9월보다 무려 135달러 올랐다. 495달러였던 지난 5월과 비교하면 61.6% 이상 상승했다. 부탄가스 가격 역시 지난달보다 130달러 올랐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에는 LPG 가격이 160원 이상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6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도 국내 LPG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30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2달러 오른 1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달 25일에 비해 1.43% 이상 오른 수준이며, 앞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로 인해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국제 LPG 가격 상승에 SK가스도 9월까지 3개월 연속 판매 가격을 인상했지만, ‘서민 연료’라는 LPG에 대한 인식과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제 악화로 국제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다. 심지어 10월에는 LPG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을 지지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고려한 결정이지만, 정작 SK가스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가스 관계자는 수익성 극복 방안에 대해 "영업 전략이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방안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와 LPG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국내 경제 피해 상황을 고려해 소비자와의 상생 차원에서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라며 "일부 고통 분담에 대해서는 감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가스는 LPG 가격 변동으로 인한 수익성 변화를 줄이기 위해 자회사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수익 악화를 완충할만한 수준의 매출 규모로 성장하지는 못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SK가스의 화학제품 자회사 SK어드밴스드 매출은 약 6217억원으로, 4조4000억원에 달하는 SK가스 매출의 약 14% 정도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가스의 경우 중기적으로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라며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LPG 수요감소 정도와 향후 회복 추이 △LPG 사업에서의 이익창출력 유지 여부 △LPG 업황 등에 따른 실적 가변성 △사업 다각화 관련 투자 부담과 투자 효과 발현 정도 △운전자금 변동과 투자 소요 등에 따른 재무적 부담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