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손잡고 날개 단 SK이노베이션···자금 부족 예상
포드와 합작 공장 세 개 건설···총 129GWh 규모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우려···"배터리 신설 법인 재무 역량 볼 것"
공개 2021-09-30 09: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포드와의 합작회사 설립으로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 1위로 올라설 예정이지만, 일각에서는 자금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도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갔고 추가 투자 가능성도 있어,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이후의 자금조달 추이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은 높은 매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 소요를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잉여현금흐름상 상당 규모의 부족 자금 발생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현지시간 28일, 미국 완성차 2위 포드와 총 13조5000억 원 규모의 전기자동차·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인 ‘SK배터리 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 Inc. SKBA)가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내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형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올해 10월부터 오는 2027년 12월까지 총 5조1000억원을 합작법인에 투자할 계획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포드와의 합작회사 설립으로 SK이노베이션의 영업 기반이 강화했다”라면서도 “물적분할 예정인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의 투자계획·영업실적 추이·자금조달 방안·재무 부담 관리 정도·SK이노베이션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 등을 계속해서 지켜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이후에는 신설법인이 추가 투자를 부담할 예정인 만큼, 신설법인의 재무적 역량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기준 잉여현금흐름 규모는 –1조3696억원이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하는데, 이 자금이 적자라는 것은 신규 투자 등이 필요할 경우 자금을 새로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의존도가 건전성 기준인 30%보다 훨씬 낮은 19.7%를 기록하고 있고, 현금성자산도 풍부한 상황이어서 단기적인 재무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재무건전성 우려보다는 SK이노베이션의 수주와 생산능력 강화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포드와의 협력으로 미국 현지 생산 능력 1위 배터리 기업이 됐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총 세 개의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하나는 미국 테네시주에 설립되며, 배터리 생산능력 43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포드의 전기차 조립공장과 함께 지어진다. 나머지 두 개 공장은 켄터키주에 건설될 예정이며, 각각 43GWh 규모다. 세 곳 모두 2025년 가동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1·2공장에 헝가리와 중국 등의 공장을 포함하면 지난 7월 김준 총괄사장이 발표했던 2025년 글로벌 생산능력 200GWh 목표를 초과 달성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에도 1조2000억원가량을 분할 투자해 중국 옌청에 배터리 2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잔고는 1TWh 이상으로, 세계 3위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2030년까지 연 생산능력을 500GWh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고, 수주잔고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추가 투자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의 상황을 봐야겠지만 수주잔고가 풍부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엔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