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격려금 논란' 교보생명…직원급여 '찔끔' 올리고 임원은 '확'
직원 1인당 생산성 폭증에도 급여 인상 '미미'
연간 기준으로 아래 순위인 한화생명 하회할 듯
공개 2021-10-01 09:30:00
 
임원 격려금 지급 절차를 무시해 덜미를 잡힌 교보생명이 직원 급여는 찔끔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교보생명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고객 보험금은 덜 주고 임원 격려금은 부당지급해 과징금 철퇴를 맞은 교보생명이 직원 급여는 찔끔 인상한 반면 임원 급여는 후한 인상률을 나타내 또다시 셀프 급여 논란이 일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두면서 직원 1인당 생산성 증가 폭이 두드러졌지만, 직원 급여는 임원 급여 인상률에 한참 못 미쳤다. 일부 직원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보생명의 별도 기준 순이익은 5469억원으로 전년 동기 3865억원 대비 41.5% 불어났다. 이에 따라 직원 1인당 생산성도 각각 1억4464만원, 1억65만원으로 43.7% 치솟았다. 그러나 동기간 직원 평균 급여액은 4800만원, 4500만원으로 6.7% 인상에 그쳤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당기순이익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교보생명과 함께 3대 생보사에 속하는 삼성생명(032830)은 올 상반기 8514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6180억원과 비교해 37.8% 도약했으며 직원 평균 급여액은 4600만원, 3900만원으로 18% 올려잡았다. 삼성생명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올 상반기 1억6192만원으로 전년 1억1682만원과 견줘볼 때 38.1% 제고됐다.
 
한화생명(088350) 역시 역시 올 상반기 2508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758억원 대비 42.7% 성장했으며 직원 평균 급여액은 각각 5100만원, 4700만원으로 8.5% 높였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4월 보험 모집·지원(판매) 부문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물적 분할하며 직원 수를 절반가량 줄인 효과가 반영됐다.
 
올 상반기 교보생명의 직원 평균 급여 상승률이 미미하게 산출되면서 연간 급여는 이들 생명사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하반기 역전에 성공해왔고 한화생명의 추격은 매서워서다.
 
교보생명의 직원 평균 급여는 2018년 8000만원에서 2019년 1억100만원으로 올랐지만, 이듬해 9200만원을 기록하며 하락 반전했다. 2018년에는 순익이 17.1% 감소한 가운데 직원 평균 급여는 7%, 임원 평균 급여는 6.4% 낮췄으며 지난해에는 순익이 26.53% 후퇴하면서 직원 평균 급여를 8.9%, 임원 평균 급여를 40.5% 줄였다.
 
동기간 삼성생명은 9800만원, 9400만원, 1억700만원으로 반등을 시작했으며 한화생명도 8500만원에서 8300만원, 8900만원으로 U자형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순익은 11.4% 증가했으며 직원·임원 평균 급여는 각각 13.8%, 172.6% 올려잡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순익 71.8% 성장에도 직원 평균 급여는 7.2% 인상하고 임원 평균 급여는 37.8% 인하했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 직원은 “업무 강도, 창출한 수익에 비해 기본급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이번에 드러난 임원 격려금 지급 절차 미준수 문제로 상대적인 박탈감과 허탈함을 느끼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교보생명 직원은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타 생보사와 비교해 초봉이 적다”라며 “근속연수가 긴 직원이 많으나 급여 수준이 낮은 점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적체로 승진도 늦은 편”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교보생명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원에게 격려금 명목의 보수를 지급하면서 격려금 결정, 지급방식에 대한 보수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 없이 전결로 4차례(매년 1회)에 걸쳐 임원에게 보수를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교보생명의 임원 평균 급여는 폭증했다. 1억1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9500만원과 비교해 16.8% 증가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1억9000만원, 7억7200만원으로 75.4% 줄었고, 한화생명도 9900만원, 1억4000만원으로 4.81% 감소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현성철 전 사장의 퇴직금(약 38억원)이 반영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났으며 이를 고려하면 동결 수준이라고 답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직원 급여의 경우 업무 범위 변경에 따른 성과 보상과 퇴직자 수 증가 등에 따라 등락이 있을 수 있다”라며 “임원 급여 또한 임원 수 변화 신규 선임 임원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교보생명의 임원은 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명과 비교해 2명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한화생명의 임원 수도 동일한 추이를 보였다. 올 상반기 신규 선임된 임원은 교보생명이 3명,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2명으로 산출됐으며 교보생명은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 삼성생명은 장덕희 부사장이 포함됐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