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 벤처캐피탈의 명가(名家)를 세우다
국내외 우량 유니콘 기업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 기반 마련
1조1200억원의 업계 최상위권 운용자산 규모
정확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측정이 VC가 갖춰야 할 덕목
공개 2021-10-04 09:00:00
[IB토마토 임성지 기자] “코로나19로 대부분 산업이 힘든 상황에 유독 여의도, 테헤란로만 좋은 것 같다. 주위를 배려하고 자중하는 자세가 현 VC업계에 필요하지 않겠나.”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임성지 기자
 
신진호 KTB네크워크 대표이사 부회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VC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VC산업은 제2의 벤처 붐이라고 불릴 만큼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산업 분야가 재편되고, 플랫폼을 위주로 한 벤처 스타트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VC들도 플랫폼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미 6월 기준 VC산업의 신규 투자 금액은 3조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554억원 대비 약 85% 급증했다.
 
VC산업에 자본이 집중되자 신생 VC의 설립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7월 기준 등록된 VC는 총 178개 업체로 1월 169개에서 9개의 신규 기업이 설립되었다. 이는 자본의 몰림과 함께 기본 VC 설립 요건이 자본금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되는 등 진입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008년 KTB투자증권에서 독립해 3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던 KTB네트워크는 지난 3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40년에 가까운 VC업력과 10년 이상의 투자 경험을 지닌 심사역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유니콘 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투자를 진행하는 KTB네트워크의 성장 배경에는 신진호 부회장이 강조하는 정직, 열정, 겸손이 있었다.
 
다음은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이사 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 1세대 VC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대학원을 나오고 과거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000660))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추천으로 1985년 KTB네트워크에서 VC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은 80년대 오일쇼크 이후 새로운 산업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기술집약적인 하이테크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정부 방침이 있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컨설팅 및 투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 당시 인력은 공대 출신이 반, 상경계 출신이 반으로 2인 1조로 기술 심사 인력이 구성되었고, 당시 화학 팀에 배치받았다. 처음에는 투자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어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지만, VC가 글로벌 산업에서 유망 업종이라는 평가를 듣고 지속할 수 있었다.
 
-한국 VC 초장기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당시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 신규 사업 전문 지원법이 생기면서 창투사들이 설립하게 되었다. 당시 은행 계열 창투사들이 만들어졌고 투자가 이뤄졌는데 회수가 잘되지 않아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IPO 요건도 만들어졌다. 최근 VC는 하이테크 또는 젊은 벤처기업인이 많이 있지만, 당시에는 나이가 많은 발명가나 기업인들이 많이 오셨다. 그러다가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고(故) 이민화 회장이 당시 카이스트 학생이었는데 특허권을 지분으로 50% 인정하고 저희가 50%를 소유한 형태로 자금을 출자해 기업을 시작했고, 제 생각에는 국내 1호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투자가 서서히 진행되었고,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회수시장도 열리게 되어 투자가 활성화되었다.
 
-2021년 KTB네트워크에서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안은 무엇인가?
△해외 투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인도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기업으로 SoFi(미국, 핀테크 플랫폼), Moloco(미국, 광고 솔루션), Horizon Robotics(중국, 자율주행 반도체), Grofers(인도, 온라인 식음료) 등이 있다. 현재 인도에 4~5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인도와 동남아시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IPO로 코스닥 상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계획은 어떠한가?
△2018년에 처음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승인까지 받았으나, 당시 시장 악화로 공모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상장하지 않았으나, 2021년은 그 당시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적 또한,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43억원, 441억원으로 기업분할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전 임직원이 노력하고 있다.
 
-투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또한, 산업 분야의 성장이 가능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경영진의 대처 능력, 경험을 고려한다. 대부분 기업이 처음에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끝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산업 자체가 어려워지면, 신속한 아이템 전환이 중요한데 그 부분을 판단하는 경영진의 능력이 핵심이다. 대표자의 인재영입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유능한 인력을 끌어올 수 있는 포용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투자에 있어 현지 특색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우는가?
△미국의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가 맞춰져 있으나,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 커뮤니케이션과 현지 문화적인 부분이 고려해야 했다. 실제 2000년 초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반대도 없지 않았다. 현지 네트워크 메인 스트림에 있는 관계자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 시장 진출의 경우 인도의 블룸버그라고 불리는 기업과 협업해서 투자를 진행했다.
 
-KTB네트워크의 글로벌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대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국 스타트업이 대기업 제품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스타트 벤처기업도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리스펙트하는 상황이라 투자가 용이하다.
 
-코로나19 이후 VC업계에도 변화가 있었는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지만, 언택트와 관련된 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배달 서비스나 컨슈머, 온라인, 리테일 등에 투자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심사역 구성도 경력이 오래된 VC의 경우 엔지니어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전문가들이 많지만, 최근에 젊은 VC에는 컨설팅, 마케팅, 서비스, 리테일 전문가가 급증하고 있다. 산업 변화에 따라 다양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우 플랫폼 기업 투자에서 현재 소부장, 바이오, 반도체 분야로 주력 투자가 전환되고 있다. 한국도 투자가 다양한 산업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신약, 항암제, 진단 관련 벤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장 과열로 기업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동일 기술 단계에 있는 미국 기업을 비교했을 경우 한국 기업이 몇 배 높게 책정된 경우가 많다. 또한, 급격히 증가하는 바이오 벤처로 인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VC산업의 성장을 위해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VC들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두 번 투자로 몇 배 수익을 벌었다는 것보다 롱텀 평균 투자 성적이 어떠한가가 VC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초반 실적이 좋지 않았던 직원이 후반에 성적이 좋아지기도 하고 초반에 반짝 좋았던 직원이 투자 실패로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정직하고 열정적이면서도 끝까지 겸손한 자세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임성지 기자 ssonata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