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앞둔 토스뱅크, 파격조건으로 출혈경쟁도 '불사'
내달 출범 앞두고 모객…출혈경쟁·지속성 우려 존재
보름 만에 85만명 사전신청…건전성·자본확충 과제
공개 2021-09-28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달 출범을 앞둔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손해를 감수하고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어 향후 업계에서 자리매김을 잘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토스뱅크는 연 2%의 파격적인 금리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새로운 은행이 등장하는 것은 지난 2017년 카카오뱅크(323410) 출범 이후 4년 만으로, 금융 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실적달성을 위한 대규모 마케팅이 출혈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초반 기세는 예사롭지 않은 모양새다. 오는 10월 초 공식 출범을 앞두고 만 17세 이상 전체 토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전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한 토스뱅크에는 지난 10일 접수 첫날에만 20만명의 고객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약 보름 만인 24일 현재 사전신청고객 수는 84만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조건 없는 연 2.0% 금리 통장'과 '월 4만6500원의 캐시백 카드' 등 예상을 뛰어넘는 혜택을 내놓은 점이 주효했다. 현재 토스뱅크는 사전신청을 한 고객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통장과 카드,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시입출금 통장은 예치 금액이나 기간, 거래 실적 등에 상관없이 연 2.0% 이자를 주는 수신 상품이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통장 금리 대부분이 0.1~0.3% 수준이고,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가 연 1%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후발주자로서의 수신액 확보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실상 예대마진을 포기한 셈이다.
 
 
표/한국은행
체크카드의 경우 커피숍이나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가맹점에서 결제 시 카테고리별로 300원씩, 매월 최대 4만6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한 금액의 3%를 캐시백해주며, 국내외 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도 면제한다.
 
중금리대출 취급 목표도 여타 인터넷전문은행 보다 공격적이다. 앞서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에 올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잔액기준) 목표 비중을 34.9%로 내놨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목표치가 21.5%, 20.8%라는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토스뱅크는 내년 말까지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을 42%로 끌어올리고, 2023년 말에는 44%까지 높일 계획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또한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포용과 혁신의 은행을 표방하는 만큼 중·저신용자를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이 1금융권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우선 1100만명의 월간 활성유저를 가지고 있는 토스앱 사용자들을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금융 포용성·접근성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출혈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는 점이다. 특히 신생 은행인 토스뱅크의 경우 원활한 자본금 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리 매력이 지속될 수 없고, 초기 요구불성 예금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사라져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당장은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금이나 대출서비스에 대한 제한이 적지만 당국의 직·간접적인 규제와 여타 은행과의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중장기적 성공가능성은 불투명해서다.
 
실제 한국은행은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토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가 연체율 상승 등 경영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 확대 과정에서 금융 기관 간 대출경쟁 증대는 향후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 강남구 지식재산센터 내 토스뱅크 사무실 모습. 사진/뉴시스
 
특히 고객 확보를 위한 대출경쟁이 심화될 경우 신용대출시장내 경쟁도(HHI지수 기준)가 향후 3년 동안 12%가량 증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가 건전성과 가계부채 관리에 부정적 영향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대출신용위험 관리와 신용대출 확대에 상응하는 자본 확충 노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토스뱅크는 현재 250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계속된 유상증자실패로 대출 영업에 난항을 겪은 바 있어 주주들 간 합의가 원만히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토스뱅크는 타 은행의 가계대출 억제와 대출금리 상승환경을 신규고객 확보와 자산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설립초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서도 예외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상대적인 규제차익이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현재 토스뱅크는 2500억원 자본금에 추가적으로 2000억원의 자본충원을 가정할 경우 자본비율규제를 준수하면서도 당장 4조~5조원 수준까지는 여신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중금리대출은 대출금리 수준이 높은 대신 대손부담 또한 크기 때문에 정교하고 고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한 신용리스크 관리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고도화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 중금리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대출상환, 회수 방안 등을 일원화된 기준이 아닌 입체적으로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측정하고 평가할 방침으로, (연체율 상승 등)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달 초를 목표로 공식 출범 일자를 조율하고 있다”면서 “(유상증자의 경우)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증자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