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 붙는 롯데·현대·신세계…가구 전쟁 승기 누가 잡나
롯데, 한샘 지분 인수에 3000억원 투입…백화점·하이마트 시너지
현대리바트, 영업이익률 하향 추세…B2C 비중 확대 '사활'
신세계까사, 올해 흑전 목표…프리미엄 전략 차별화
공개 2021-09-29 09:30:00
한샘디자인파크. 출처/한샘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유통업계 가구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구 시장이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호황기를 맞은 데다, 유통채널 오프라인 매장과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023530)까지 업계 1위인 한샘(009240)을 품으며 국내 대표 백화점 3사인 롯데·신세계(004170)·현대백화점(069960) 모두 가구 사업에 뛰어들어 서로 쫓으려는 움직임 속에 자존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설립하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한다. 롯데는 하이마트 500억원 등을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약 3000억원 가량을 출자하기로 했다. 지난 7월 IMM PE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및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30.21%)과 경영권 인도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는데, 롯데가 SI(전략적투자자)로 딜에 참여하는 구조다.
 
그동안 롯데는 이베이코리아부터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요기요 등 온라인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 관심을 표현하면서도 정작 투자를 단행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한샘의 경우 일사천리 계약이 전개되는 등 사정이 달랐다. 온라인 플랫폼처럼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을뿐더러 백화점과 하이마트 등과 시너지가 보증된 사업이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기타금융자산 포함) 약 4조8000억원으로 총알도 충분했다.
 
롯데가 가구 시장에 진출하면서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건 백화점 3사 경쟁구도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지난 2011년 리바트, 2018년 플라스틱 창호사업을 전개하는 현대L&C(구 한화L&C)를 연이어 인수하며 가구 시장에 손을 뻗었다. 이후 신세계 역시 2018년 까사미아를 식구로 맞아 홈인테리어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업체는 단연 ‘롯데’다. 한샘은 인테리어 가구 1위 사업자로 수익성과 활동성 등 여러 지표에서 타 업체들과 비교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별도기준) 1조7239억원, 영업이익 99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8%다. 활동성을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은 30.3회로 자원 효율성이 높은 축에 속한다.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을 비롯해 전자제품 전문점 하이마트 등을 영위한다. 한샘을 입점시킴으로써 상품 구색을 높이고 체험을 강화하는 등 침체된 오프라인 집객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향후엔 더 나아가 롯데그룹 계열사인 건설 부문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한샘 가구를 빌트인하는 등의 B2B 협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리바트(079430)는 지난해 1조3626억원 매출(별도)을 기록했다. 매출 측면에서 보면 한샘에 이은 2위 사업자인데, 수익성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목소리가 짙다. 실제 현대리바트의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2016년(5.9%)부터 하향추세를 드러낸다. 지난해 코로나19 반짝 수혜로 수익성 지표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 전성기인 2010년도 중반과 괴리가 큰 상황이다. 최근 3개년 재고자산회전율도 11.08회→9.67회→12.46회로 한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매출의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다. 한샘은 인테리어 및 가구 중심 B2C사업이 큰 축인 반면, 현대리바트는 건설회사 등에 납품하는 B2B사업 비중이 커서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자재를 포함한 B2B 38.2%, 빌트인가구(아파트 등) 22.4%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침대, 소파 등)는 24.8%에 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익성이 건설 분양경기 등에 크게 영향받고, 롯데와 신세계와 비교해 백화점 등 유통업과 시너지도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리바트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생산인프라 및 물류확대에 약 1400억원을 투자해 왔다. 소비자와 만나는 온라인 파이를 늘려 매출 확대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출처/신세계까사
 
마지막으로 신세계백화점을 등에 업은 신세계까사다. 신세계는 지난 2018년 까사미아를 1800억원에 인수하며 홈퍼니싱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한샘과 현대리바트와 비교해 아직 규모가 작은 데다 수익성도 가장 낮다. 신세계와 만난 까사미아는 별도 기준 2018년 매출 1096억원→ 1187억원→ 지난해 1634억원으로 2년 만에 매출이 50%가량 뛰어올랐지만, 아직 영업적자 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8년 (–)80억원→ (–)131억원→ 지난해 (–)66억원 수준으로 현금창출력도 부족한 상태다. 재고자산회전율도 2018년 3.86회→ 3.37회→ 3.16회로 3사 중 가장 낮다.
 
신세계까사는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하겠다는 각오다. 자체 개발에서부터 해외수입 프리미엄 가구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시장 경쟁력을 쌓고 있다. 아울러 현재 B2C 위주에서 인테리어나 디자인 B2B로도 사업을 확장해 외형성장을 추구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까사 매출은 전년 대비 35.7% 증가한 978억원, 영업손실 36억원으로 올해 안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까사미아 인수 후 전반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인프라 재정비 등 모든 부분 투자가 계속되면서 적자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론칭한 굳닷컴을 토탈리빙 플랫폼으로 확장해 소비자의 진입을 높이고,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 늘리며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