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명과학, 잦아진 자금조달…대주주 지배력 위험해져
적자 지속에 필요 자금 외부 조달하는 구조
최대주주 지분 10% 미만…지배력 약화 우려
공개 2021-09-15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진원생명과학(011000)이 자금조달을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최대주주 지분 희석 우려가 또다시 제기됐다. 그동안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매수선택권’을 활용해 지배력 약화에 대응해왔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을 모두 행사한다고 해도 최대주주의 안정적 지분율 기준인 15%를 넘지 못해 경영권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이 불거진다. 더구나 영업적자가 지속되며 지분에 영향을 미치는 자금조달 횟수가 급격히 잦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 또한 높다는 점도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576만주의 기명식보통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예상모집가액 2만435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총 1403억원 규모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미국 자회사 VGXI의 위탁생산(CMO) 설비투자와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연구개발비용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핵산 백신과 핵산기반 치료제, 플라스미드 DNA 의약품 관련 연구개발비 발생과 관련 투자 진행으로 인해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있어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진원생명과학의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018년 343억원, 2019년 412억원, 2020년 415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영업이익은 2018년 -113억원, 2019년 -82억원, 2020년 -185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2018년 -119억원, 2019년 -76억원, 2020년 -186억원으로 적자였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매출은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4억원, -8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영업이익 -73억원, 당기순이익 -58억원)보다 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수익성 부진은 현금창출력에도 부정적이었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 -109억원, 2019년 -43억원, 2020년 -323억원, 올해 6월 말 -321억원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진다고 해석된다. 실제 진원생명과학은 2018년 이후 2번의 전환사채와 3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135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될 경우 총 조달금액은 2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가 확보한 진원생명과학의 지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잦은 자금조달은 경영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최대주주인 박영근 대표이사는 6.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를 합한 지분율은 8.98%로 10%를 넘지 않았다.
 
물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전체 148만8300주의 주식매수선택권 중 133만7000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행사할 경우 지분율(최대주주+특수관계인)은 12%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경영권확보의 기준으로 알려진 지분율 15%에는 미치지 못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박영근 대표이사는 이번 유상증자 배정물량의 15% 정도를 참여할 계획이며 특수관계인의 청약참여율은 아직 미정이다. 최대주주만 유상증자 배정물량의 15%를 소화하고 특수관계인은 미참여했다고 가정한다면 지분율은 8.09%로 하락한다. 보유한 주식매수선택권을 모두 행사한다고 해도 지분율은 약 2% 상승한 10.7%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지배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에는 낮은 수치다.
 
또한 126만3091주로 전환이 가능한 2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가 오는 11월25일부터 가능해져 추가적인 지분 희석도 전망된다. 이 전환사채의 주당 전환가액은 1만9001원으로 현재 주가 3만8800원(10일 종가 기준)에 비해 훨씬 낮아 전환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수익성 개선을 통해 현금창출력 회복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연구개발비 등 운영자금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진행할 수도 있어 당분간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플라스미드 CMO’ 사업 시설투자를 진행, 생산량을 늘려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또 다른 사업 축인 신약 개발의 경우 보유 파이프라인의 제품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영업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이 당장 경영권이 위협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분율 희석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지분확대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