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손잡은 하나은행…두 번째 성공 사례 만들까
글로벌 부문에 이어 정책·상업금융 전략적 업무협약 체결
올 상반기 비주력 해외법인 순익 177억원…전년비 200% 도약
산업은행 고객에 개인금융 상품·서비스 제공 가능해져
공개 2021-09-13 09:30:00
하나은행이 KDB산업은행과 두 손을 맞잡으면서 또다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왼쪽부터)성주영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하나은행이 KDB산업은행과 두 손을 맞잡으면서 또다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하나은행은 신한은행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맹을 맺었으며 비주력 해외법인이 호실적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이에 따라 균형 잡힌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함께 받았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은 정책·상업금융 간 성공적 협업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디지털 소외 계층·산업은행 고객의 하나은행 점포망 이용 ▲금융상품·디지털 서비스 선진화 공동 추진 ▲혁신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유망기업 공동 발굴·투자 ▲탄소중립 분야 금융 지원 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이 산업은행과 공조를 시작하자 일각에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한은행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둔 점을 근거로 들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동종사와의 협업으로 좋은 선례를 남긴 바 있다”라며 “지난해 신한은행과 맺은 글로벌 전략적 동맹이 그 예”라고 말했다. 이어 “올 상반기 주력 해외법인인 중국, 인도네시아가 일회성 비용으로 순익이 다소 감소했지만, 비주력 해외법인이 호실적을 거두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에 조인했다. 당시 두 은행은 ▲글로벌 사업 전반의 공동 영업기회 발굴·추진 ▲각국 규제와 이슈 사항에 대한 공동 대응 ▲공동 신규 해외시장 진출·해외 공동 투자·해외 네트워크 조성 ▲기타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부문에서의 교류·협력 추진을 약속했으며 실행에 옮겼다.
 
예를 들면 지난해 양사는 영국 폐기물 신디케이트론(둘 이상의 은행이 공동으로 내주는 대출)에 공동 참여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220만 파운드(약 35억원), 신한은행은 250만 파운드(약 40억원)를 투자했으며 이듬해 일본 현지 물류센터 신디케이트론에도 각각 30억엔(약 318억원), 47억엔(약 498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러한 합작 성과는 올 상반기 그대로 드러났다. 하나은행의 비주력 해외법인 순익은 177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59억원 대비 약 200% 도약했다.
 
법인별로 살펴보면 캐나다KEB하나은행이 41억원을 시현했으며 독일KEB하나은행이 39억원, 러시아KEB하나은행이 29억원,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이 23억원, 브라질KEB하나은행이 22억원, 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가 21억원, KEB하나뉴욕파이낸셜이 5억원, 멕시코KEB하나은행이 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하나은행의 미국 법인인 하나뱅코프(Hana Bancorp, Inc.)는 지난해 상반기 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83.9% 줄였다.
 
 
주력 해외법인인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와 인도네시아KEB하나은행(PT Bank KEB Hana)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탓에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올 상반기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436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576억원 대비 24.3%, 인도네시아KEB하나은행은 각각 150억원, 353억원으로 57.5% 축소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경우 기존에 적립한 거액의 충당금 환입과 법인 보유 국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발생으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라며 “이를 제외하면 올해 개인대출의 성장을 바탕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KEB하나은행도 지난해 초 현지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충당금 환입이 발생했다”라며 “올 상반기 상대적으로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실적을 시현하고 있다”라고 보탰다.
 
신용평가사 또한 하나은행의 글로벌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하나은행은 국내은행 중 해외법인의 자산·이익 규모가 비교적 큰 상황”이라며 “수익기반의 지역적 다변화 수준이 우수한 가운데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해외부문으로의 진출을 지속 확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하나은행은 해외법인 자본적정성이 개선됐다. 올 상반기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2조7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6492억원 대비 2.9% 확대됐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의 자기자본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98억원 증가했으며 캐나다KEB하나은행은 126억원, 멕시코KEB하나은행은 78억원, 독일KEB하나은행은 51억원 불어났다.
 
한편, 하나은행은 산업은행과의 업무협약 체결에 따라 산업은행 고객에게 개인금융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또 산업은행의 혁신기업 발굴 플랫폼 ‘산업은행 넥스트 라운드(KDB Next Round)‘와의 연계를 통해 스타트업 육성 등 혁신성장 부문을 적극 지원하고 녹색금융 협업 체계 수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 공동 지원에도 기여하기로 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