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탈통신, 어디까지 왔나···아직은 요란한 빈 수레
SKT, T우주 기대 크지만 성장 미미···커머스·미디어 매출 성장 10%↓
KT 2분기 탈통신 신사업 매출 비중, 0.8% 증가 그쳐
LG유플러스, 콘텐츠 공들이지만 2분기 헬로비전 매출 0.7% 성장
공개 2021-09-10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이통3사가 앞다퉈 탈통신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통신 부문의 매출 성장이 대부분 한 자릿수에 불과한 데다,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답보 상태다.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위해 수많은 신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SKT)은 지난달 31일 ‘T우주’라는 이름의 새로운 ‘구독’ 브랜드를 출시했다. SKT가 ‘탈통신’ 대표 사업으로 ‘구독 서비스’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T우주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상품·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는 이른바 ‘구독’ 서비스를 한데 모은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이 8월31일 출시한 구독 플랫폼 T우주. 사진/SK텔레콤
 
T우주는 ‘우주’라는 이름만큼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소상공인 등 다양한 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마존(Amazon)·11번가·이마트·스타벅스·파리바게뜨·배달의민족 등이 있다. 참여 기업이 다양한 만큼, 화장품·꽃·반려동물 용품·보험·영양제·교육 등 취급하는 구독 가능 상품·서비스의 종류도 많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구독 시장은 2025년 300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국내 구독 시장 역시 같은 해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확산한 비대면 기조가 구독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SKT는 2025년까지 T우주 플랫폼 내 구독 가입자 3600만명, 거래액 8조원을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SKT는 현재 구독 플랫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자율주행·도심항공모빌리티·로봇·산업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진행하며 탈통신과 기업 체질 변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 비해 실적은 따라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SKT의 2분기 실적을 보면, 통신 외 부문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는 20.2%를 기록한 보안 사업을 제외하고는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SKT가 강조해온 미디어 부문은 8.57%, 커머스 부문 역시 9.55% 느는 데에 그쳤다. 기타 매출은 오히려 전년도 보다 4.66% 감소했다. 총 매출 중 통신 외 사업 부문의 비중도 지난해 2분기 약 36.13%에서 올해 37.3%로 증가분이 1% 남짓에 불과하다.
 
 
SKT 측은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신성장동력을 지속 발굴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T우주 출시 간담회에서도 “대규모 수익보다는 고객의 확대를 생각하고 있고, 확대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관련 부문 매출이 큰 성장세를 나타내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코(DIGICO)를 외치며 탈통신에 힘쓰고 있는 KT(030200)의 경우 인터넷(IP)TV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는 양호한 실적 성장을 보였다.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가입자 900만명을 돌파한 인터넷(IP)TV 사업 매출은 지난해보다 14.5% 증가했으며, 케이티시즌·KT스튜디오지니 등 콘텐츠 그룹사 매출도 같은 기간 16.3% 증가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주력해온 클라우드 사업 부문(AI/DX)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6.2%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기업IT/솔루션 부문은 같은 기간 오히려 8% 감소했다. KT 측은 ‘앞으로는 미디어·콘텐츠 부문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강화하겠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체 매출 중 IPTV·기업·콘텐츠 자회사 등 탈통신 신사업의 매출 비중 역시 22.7%로 작년 2분기보다 0.8% 늘어났을 뿐이다. 최근 인수한 스카이라이프의 매출까지 더해도 전체의 25.6% 수준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로 키울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통신’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사업의 성장 속도로만 보면 2025년의 목표를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여러 제휴를 통해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LG유플러스(032640)도 탈통신 신사업 분야는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12.7% 성장한 기업인프라 부문을 빼면 미디어·콘텐츠 부문의 성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LG헬로비전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0.7% 증가했다. 스마트홈 부문 매출도 8.2% 증가에 그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1일 ‘2025년까지 비통신 사업 매출을 현재 20%에서 30%까지 확대하겠다’라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2분기 LG유플러스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전체의 27.2%로, 지난해보다 1.6% 증가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T와 SKT에 비해서는 매출 비중에 대한 목표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여러 제휴 활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LG헬로비전이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 신사업 매출 성장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독점 제휴를 맺었고,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도 가능성이 큰 만큼 시너지를 통한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라면서도 “지금도 음원 시장과 OTT(Over The Top)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가시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